한국 구조조정 진작 강조됐어야...지금이라도 박차 가하면 다행

▲ 지난 1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드디어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당국도 가계 부채 대책을 발표하고 부채 다스리기에 들어갔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참으로 다행스런 조치들이다.

지난 14일 한국과 중국에서는 모처럼 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내년 우리의 경제 여건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침체된 업종에 대해 사전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도 주택담보 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등 가계 부채를 억제하는 조치를 내놨다.

그런데 같은 날 중국에서도 의미심장한 뉴스가 흘러 나왔다. 중국 정부가 “내년엔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매진할 것”이라며 “M&A를 통해 부실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적자생존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대표 신흥국들이 경제 상황 악화에 대비해 앞다퉈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구조조정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가계 부채 관리를 강화키로 한 것도 한 박자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중국발 경기 침체가 한국 경제를 엄습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위협이 한국의 부실기업, 부실가계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에서 진작부터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어야 옳았다.

가계부채 규모가 1200조원을 향해 폭증하고 있고 벌어서 이자도 못내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3000개를 넘어선지 오래다.

그 뿐 아니다. 그간 한국을 먹여 살리던 조선 업체들은 수조원 씩의 손실을 내고 있고, 일부 업체는 국민 세금으로 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해운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의 수출입 부진으로 발틱 해운 운임지수는 바닥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현대상선을 거느린 현대그룹은 그룹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증권을 매각하기로 했다가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철강 기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글로벌 철강 시장에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면서 한국의 철강 업체들도 허리띠를 크게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최근까지 돈 풀기 위주의 경기 부양책을 수시로 쏟아냈었다. 구조조정이 먼저인데도 국민세금이 대규모 소요되는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못해왔다. 수출은 줄고 부실기업은 늘면서 많은 사업장이 고용 불안에 몰리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자 각계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가계부채를 더 늘어나게 해선 안된다고 주문해 왔다. 한국은행은 틈만 나면 “한국의 부채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도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면 신흥국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부채 많은 국가들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유가 추락과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정크본드(고위험 고수익 채권) 시장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투자기관들은 한국에 대해 통상 두 가지 멘트를 내놓는다. 하나는 “신흥국 치고는 그래도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평가고 다른 하나는 “한국은 다 좋은데 부채가 너무 많은 게 걱정이다”고 충고한다.

만일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내년에 추가 금리 인상을 3~4차례 단행할 경우 한국도 저금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미국만 금리를 올리고 한국은 가만히 있다고 치자. 한국에 있는 돈들이 밖으로 빠져 나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본래 돈이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도 자금이탈을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끔찍한 일이다. 부채가 많은 가계나 기업은 '금리 폭탄'을 맞을 수도 있는 까닭이다.

한국에선 내년에 4조6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고 한다. 이를 갚거나 차환 발행해야 하는데 그 규모가 작지 않다. 한국 기업들의 빚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금리까지 오른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 기업들은 일시에 자금난을 호소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바로 선제적 구조조정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빚을 갚으면서 몸집을 가볍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가 닥칠 때 살아남을 수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구조조정을 외친 것은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이제라도 가계부채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이 또한 반가운 일이다.

경제 당국은 한쪽에선 미래의 새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보태고, 다른 한편에선 부채에서 보다 자유로운 나라를 육성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이 두 축이 잘 굴러가야 한국의 경제는 건재를 과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가장 무서운 적인 중국이 한쪽에선 기술 개발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구조조정을 서둘러가며 한국에 보란 듯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한국의 구조조정도 중국보다 앞서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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