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70년대의 다방 재현 /사진 출처=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1970년대 초, 최고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MBC ‘웃으면 복이 와요’ 였다. 구봉서-배삼룡 콤비를 중심으로 이 프로를 이끌어간 코미디언들은 유행어보다는 우스꽝스런 풍자적 동작이 주특기였다. 별 내용 아닌데도 이들의 말투, 동작이 그냥 웃겼다.

프로그램 맨 마지막의 ‘구첨지 상경기’를 제외하면 지금과 같은 고정 코너는 거의 없었다. 매주마다 여러 개의 단막극이 주를 이뤘다.

그런 내용 가운데 하나가 ‘커피 값은 손님 마음대로’다.

여사장인 김희자(매우 가냘픈 몸집에 말이 속사포 같은 여성이었다)가 저런 안내문을 다방 입구에 붙였다. 맨 처음 들어온 손님이 100원을 내자 사장은 쌀쌀한 표정으로 탁자도 없는 의자 하나와 커피를 내줬다.

다음 손님(이대성이 아니었나 기억된다)이 50원짜리를 주문하자 그에게는 팔걸이도 없는 의자가 나왔다.

또 다른 손님 이기동이 10원짜리 커피를 주문하니 김희자 사장은 의자도 아닌 거적대기를 내주고 커피는 컵에 한 방울만 묻혀서 내왔다.

돈 없는 손님들만 잔뜩 받고 있을 때 풍채 좋은 노신사가 들어왔다.

김희자 사장은 그가 나타나자마자 “어머 김사장님!” 외치며 달려가 안기다시피 했다. 원하는 커피값을 묻자 이 신사는 얼굴에 의기양양한 웃음이 가득한 채 “나야 잔돈이 있나! 500원짜리!”라고 외쳤다. 그 때는 500원 동전은 없고 500원짜리 지폐가 있을 때다.

김희자 사장이 날아갈 듯한 기쁜 목소리로 주문을 넣은 뒤 여직원들이 우루루 달려나와서 노신사를 안마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의 주위는 먼저 들어온 손님들이 자기 가격대로 대접받는 상태 그대로였다.

40년은 더 된 예전 코미디 장면이고 별로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코미디언들의 우스꽝스런 표정 연기가 지금도 기억나고 있다.

최근 커피 업계에는 1000원부터 1만원까지 열 배의 차이가 나는 커피들이 각자의 시장을 개척해 성업중이라고 한다.

예전 코미디쇼에 등장했던 ‘커피 값은 손님 마음대로’가 현실화 되는 모양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지금은 가격을 고르는 사람이 어떤 커피가 나올지도 알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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