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당국내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며 그간 줄기차게 양적완화 조기 중단을 촉구했던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사진)가 모처럼 양적완화에 호의적인 발언을 해가며 자산매입 속도조절을 요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한국시각) 피셔는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CNBC에 출연해서다. 그는 미 연준내 대표적인 매파로 꼽힌다. 그간 입만 열면 양적완화정책을 비판해 왔다. 조기에 종료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왔다. 그러나 이날도 양적완화를 줄이자는 얘기는 했지만 그 강도가 달랐다. 시장 친화적인 발언을 쏟아내가며 양적완화 축소를 주장했다. 이른바 속도조절론을 내세운 것이다.
 
그에 따르면 연준의 양적완화는 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양적완화를 갑자기 중단하면 큰일이라고 했다. 갑작스런 중단은 폭력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충격이 아주 클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는 따라서 매월 450억달러어치를 사들이는 국채매입프로그램은 지속하되 매월 400억달러어치씩 사들이는 MBS(모기지담보부증권) 매입규모부터 서서히 줄여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충격을 완화해가며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시장이 안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름하여 속도조절을 통해 양적완화를 서서히 축소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매파의 기질은 끝내 숨기지 않았다. 그는 “양적완화는 워런 버핏 등 부자들만을 위한 돈잔치”였다고 못박았다. “미 연준이 풀어댄 공짜돈을 갖고 워런 버핏을 비롯한 부자들에게 주식을 사서 큰 돈을 벌수 있게 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양적완화는 부자들만을 위한 돈파티였지 일반 서민들에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기업들도 연준이 풀어댄 공짜돈을 갖고 생산적인 투자보다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주주들에게 떡만 나눠주는데 도취해 있다”고 지적했다.
 
피셔는 이어 “연준의 양적완화가 증시를 상승세로 이끌고 부자들에게 돈잔치할 기회를 준 것 외에 고용창출이나 생산적인 투자, 실물결제 활성화로 이어졌는지는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보통사람들에게 상실감만 키웠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제 돈잔치는 그만 끝내고 보통사람들을 냉정하게 일자리로 돌아가도록 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갑자기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폭력적인 조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자기의 주장대로 MBS부터 축소해가며 출구전략을 마련해가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최근 양적완화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향후 출구전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이엠투자증권 김동섭 이사는 “최근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한창인데 이는 향후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출구전략 논쟁이 격화될수록 관계자들은 출구전략에 미리 대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막상 양적완화가 축소 또는 중단되더라도 그 충격이 훨씬 작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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