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너스 금리 역풍' 속 '어떤 환율 대책 갖고 있는지'도 눈길

[초이스경제 최원석 금융시장 진단] 이번 주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그중 하나가 엔화환율 동향일 것이다. 특히 달러-엔 환율이 혹시 110엔 아래로 떨어질 것인지와 그 경우 일본은행(BOJ)의 시장 개입이 이뤄질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다시 112.58엔까지 떨어지면서 일본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달러가치 약세(금요일 달러인덱스 96.94로 0.21% 하락) 속에 또다시 엔화가치가 강세(엔화환율 하락)를 보인 것이다. 지난주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필요시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고 나아가 추가 양적완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도 달러-엔 환율이 다시 올해 최저치 수준(110~111엔)을 향해 떨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지난주 초반까지만 해도 달러-엔 환율은 반등하는 듯 했다. 러시아와 사우디,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4개 주요 산유국이 ‘원유 생산량 동결’에 합의하고 나아가 이란이 ‘이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가 급반등 하는 동시에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도 호전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국 또한 인민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서면서 중국증시를 대표하는 상하이종합지수도 2860선이라는 비교적 안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반등했다.

그러자 그간 국제 유가가 추락하고 중국증시가 불안해질 때마다 나타나곤 했던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금 등 이른바 글로벌 대표 안전자산의 가치가 치솟곤 했는데 지난주 초반의 경우 달러-엔 환율이 반등하면서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듯 했다. 지난주 초반엔 유가와 글로벌 증시 상황이 양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주 후반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리드하는 사우디의 외무장관이 AFP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원유 생산을 줄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을뿐더러 원유시장 점유율을 다른 산유국에 양보할 생각도 없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서자 유럽 및 미국증시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일본 엔화가치가 반등했다. 달러-엔 환율이 다시 하락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주 금요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다시 112엔대까지 하락하기에 이르렀다.

그 뿐 아니다. 지난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1월 통화정책 회의록 공개를 통해 “유가 및 물가 불안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여건 악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미국의 경제전망 마저 불투명해졌다”면서 “연준 역시 통화정책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달러-엔 환율 하락을 거들었다.

그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질 때 마다 달러-엔 환율이 위쪽으로 향했는데 미국마저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보류할 움직임을 보이자 달러-엔 환율 상승 요인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 달러-엔 환율은 지난 10~11일(미국시각) 즈음의 상황으로 회귀한 느낌이다. 당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면서 “미국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춰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말하자  당시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급속히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엔 달러-엔 환율이 110엔대 이상을 지켜낼 것인가도 관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도입의 역풍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시장 일각에선 달러-엔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일본은행의 환율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이미 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HSBC는 지난 10일(미국시각) 달러-엔 환율이 113엔대로 떨어지자 “엔화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일본은행이 환율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었다. 또한 같은 날 노리추긴 연구소도 “달러-엔 환율이 110엔 밑으로 추락할 경우 일본은행의 환율 개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현재 달러-엔 환율 전망은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일각에선 달러-엔 환율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UBS는 “달러-엔 환율이 113엔 또는 그 주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겠지만 115~120엔선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은지 오래다.

또한 노무라증권은 “달러-엔 환율이 지금은 추락하고 있지만 앞으로 10% 이상 상승해 연말엔 130엔 수준까지 반등할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살아있다는 것은 엔화가치 하락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도이치뱅크는 “달러-엔 환율이 올 2분기 중 105엔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2분기나 돼야 다시 117엔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해 대조를 보였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확대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며 “마이너스 금리 확대시 디플레이션 가속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성 진단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필요시 마이너스 금리 확대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한 경고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본의 인위적 환율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22일(월) 일본에서는 2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공개되고 26~27일엔 중국 상하이에서 G20 재무장관 회의가 열릴 예정인데 이들 이슈가 주요국 환율 동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새로운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주에 글로벌 경제를 살리기 위해 G20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터에 G20 회의가 열리는 것도 눈길을 끄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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