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업체들, 기존 것 버리고 과감한 변신 시도...한국도 서둘러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세상이 무섭게 변하고 있다. 경제계가 변화의 선봉에 섰다. 전 세계적인 불황이 엄습하면서 글로벌 주요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그런데 변신을 가장 갈망하는 곳이 바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로벌 초대형 기업들이라는 데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는 뭘 말하는가. 이젠 변하지 않는 기업은, 그리고 변하지 않는 나라는, 경쟁 대열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제가 바로 그런 처지에 몰려 있다.

무엇보다 세계 최강 애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는 “이제 아이폰은 잊어라...애플의 다음 번 수익원은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최근 무인자동차 개발에 뛰어든데 이어 중국의 자동차 호출 서비스 스타트업인 ‘디디’를 인수했고 자동차 부문에 막대한 연구개발(R&D) 비를 쏟아 붓고 있다”고 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50억 달러의 연구개발 비용을 썼는데 이중 상당부분이 자동차 관련 연구개발 비용으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연구개발 비용은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연구개발 투자를 훨씬 웃도는 것이라고 했다. 애플은 오는 2030년에 가면 현재의 아이폰 매출(1500억달러)을 훨씬 능가하는 4000억 달러의 매출을 공유자동차 부문에서 내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이터는 아디다스의 변신을 전했다. 아디다스는 골프 브랜들을 매각중이다. 그런데 최근엔 유니폼 부문도 매각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로운 경제적 창조’를 실현하기 위해 중요성이 덜한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있다는 게 로이터의 전언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 간판기업들의 변신도 빅 뉴스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일본 자동차 및 IT 기업들은 인공지능과 무인자동차 등 첨단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앞다퉈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우선 닛산은 칼소닉칸세이라는 최대 부품사를 매각키로 했다. 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닛산은 부품사를 매각한 돈으로 전기차와 무인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도요타와 파나소닉도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 구글 등 미국 굴지의 업체들 못지않게 일본의 대표업체들도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얘기다.

소프트뱅크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소프트뱅크는 이제 모바일보다 인공지능과 전자상거래 쪽에 더 역점을 둘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인도 등 거대시장을 겨냥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화웨이는 최근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내 한국인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중국의 IT경쟁력이 한국 최강 삼성전자를 공격할 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중국은 지금 인공지능시장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관심과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필자가 작심하고 글로벌 주요 외신이 다룬 각국 초대형 기업의 ‘변신 사례’를 모아 전하기로 한 것은 한국의 상황이 아주 다급해 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부와 대형 기업들도 이제 기존 산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그리고 면세점 사업 등 손쉬운 사업에만 몰두하지 말고 제대로 된 변신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하기 위해서다.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손쉬운 길만 가려 할 경우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설 땅이 없을 것임을 경고하기 위함이다.

국내 굴지의 그룹들은 그간 면세점 시장을 놓고 혈투를 벌였고 이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 SK, 롯데 등 각 재벌이 면세점 사업에 너나없이 몰두하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개발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들만 나무랄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처럼 손쉬운 길만 가려 할 경우 한국 경제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정도의 변신으론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대처할 수 없음을 지금 글로벌 기업들이 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보다 큰 경쟁을 펼쳐 줄 것을 주문하기 위해 감히 이 글을 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근 ‘우리나라 무역구조, 세계교역과 미스매치 심화’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10대 주력산업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73.6%로 2004년(61.5%)에 비해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들 해당 품목의 세계교역 비중은 36.9%에서 36.8%로 오히려 낮아졌다. 전경련은 따라서 주력산업 교체 및 무역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전경련이 표출한 위기의식은 실로 현실적이다. 한국의 업체들은 지금 교역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품목의 수출에 계속 목을 매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과 세계 교역 흐름이 미스매칭 되어 가고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이에 전경련은 기존의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수출 동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까지도 버릴 각오로 신산업품목을 발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버릴 각오로 변신을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잘 알려진대로 한국에선 지금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한계산업 구조조정이 화두다. 조선업계가 전례없는 불황속에 구조조정 1순위에 올라있고 해운업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전경련의 보고서대로라면 대부분 산업이 구조재편을 필요로 하고 있다.

획기적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많은 일자리 손실을 초래케한다. 따라서 한쪽에서 과감한 구조조정과의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선 차세대 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해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구조조정으로 인해 손실된 일자리를 다시 보충할 수 있다.

그런만큼 이제 한국도 구조조정과 새 먹거리 창출이라는 양대 수레바퀴가 균형있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전력질주해야 할 때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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