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걱정, 중국보다 심각할 수도...새 부채 관리 대책 서둘러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지난 주 한국은행이 큰 결단을 내렸다. 정부와 함께 국책은행에 거액의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키로 한 데 이어 기준금리까지 확 끌어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 조선, 해운을 비롯한 한계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금리인하의 취지였다.

한국은행의 전격 금리인하를 두고 뭐라고 나무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가 그만큼 위중한 상태에서 한국은행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또 다른 위험 요인을 내재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바로 가계부채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잖아도 가계부채가 너무 늘고 있어 걱정인데 여기에다 금리까지 더 내리는 조치를 취했으니 가계 빚이 더 폭증할 우려는 아주 커졌다.

실제로 한국의 가계 부채는 정부의 주택 대출 요건 강화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둔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1200조원을 넘어 1220조원 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엔 주택 집단대출이 가계 빚 증가의 주범이라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게다가 지난주엔 한국의 직장인 두 명중 한명이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까지 쏟아졌다. 이들의 평균 빚이 3500만원에 이른 다는 숫자도 등장했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가계 부채가 한국의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집 담보 대출이 많아 자칫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도 일어난다면 금융권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걱정이 상존한다. 가뜩이나 정부와 금융당국의 좀비기업 구조조정 지연으로 인해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져 고민에 쌓여 있는 금융권에 가계 부채 위험까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빚 많은 국가들을 경계하는 트렌트가 강해지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중국의 새로운 신용창조가 블편한 트렌드를 유발시키고 있다”는 골드만삭스의 진단을 크게 키워 보도했다. 중국이 대규모 부채를 동원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데 아직은 구체화 되지 않은 경기부양 효과와 부채 폭증 사이에 복잡한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국 일각에선 항변한다. 국가 빚은 늘었어도 개인 빚은 그다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중국 일각에선 “개인 부채만 놓고 보면 중국은 미국보다도 양호하다”는 항변까지 내놓을 정도다.

이는 뭘 의미하는가. 한국은 국가 빚에 대한 우려는 중국보다 작을지 몰라도 가계 빚 만큼은 중국보다도 더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일(미국시각) 미국 노동부의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 부진’ 발표는 가계 빚 폭증과 좀비기업 구조조정 지연으로 허덕이는 한국 경제에 그나마 한가지 안도감을 안겨 주었다. 이날 이후 뉴욕 월가에서 미국 중앙은행(연준)의 올 여름 금리인상이 쉽지 않게 됐다는 새로운 전망이 부각된 점이 그것이다. 한국의 기업과 가계 부채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에서 미국마저 조기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한국에서는 금리폭탄 위험까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엄습하던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반가운 뉴스가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에 대한 한국의 안도감은 단지 거기까지였다. 6일(미국시각)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올 여름 금리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쏟아내긴 했다. 다만 옐런은 “미국의 5월 고용지표 부진은 단 한 달간의 지표 부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견도 빼놓지 않았다.

그 후 지난 주 후반 뉴욕 월가에서는 또 다른 분석이 쏟아졌다. 미국 연준이 비록 6월엔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7월엔 금리인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전망이 부각된 것이다.

미국이 7월에 금리를 올리든, 9월에 올리든, 미국의 금리인상 경로는 이미 정해져 있는 수순이다. 다만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 불안으로 금리인상의 불확실성만 커졌을 뿐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와 무관하게 빚이 새로운 빚을 낳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 마저 그간 가계 빚을 억제하기 위해 자제하고 또 자제했던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끝내 단행해야 했다. 가계 빚도 걱정이지만 좀비기업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경제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선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기 전에 한국의 금리 인하를 단행 해 향후 미국 금리인상 시 한국도 뒤따라 올리기 위한 여유 공간을 확대 해 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찌 됐든, 이제 정부는 가계 부채 관리에 더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정부의 잘못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지연 됐고 이는 결국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를 유발 시켰다. 그러다 보니 이제 가계 빚 걱정이 전보다 더 커지는 새로운 위기 상황이 닥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가계 부채를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는 집이 가계 부채를 폭증 시키는 도구로 사용돼선 안된다. 새로운 일자리를 늘려 부채상환 능력도 키워야 한다. 부실기업 구조조정도 더는 지연되는 일 없이 가속화 돼야 한다. 그래야만 구조조정 부진으로 인한 가계 대출 악화 요인이 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에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추가적인 가계 부채 억제 대책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필자는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싶다. 가계 부채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줄은 아나 그래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필자의 확고부동한 생각이다.

혹자는 말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전이 가열 되기 전에 서둘러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가계 부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제 시간이 없다고... 그리고 이에 필자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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