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도 산업은행 개혁방안 내놔야...'산은행장' 인사 혁신도 시급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최근 한 전직 산업은행 행장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가 산업은행 행장으로 재임했던 시절의 대우조선해양 부실 문제가 크게 불거졌고, 그의 입을 통해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둘러싼 여러 의문도 증폭돼 있는 상황이다. 또한 그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라는 거대 기구의 요직으로 발령 났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휴직 아닌 휴직?”의 길에 올라 국가적 위상까지 떨어뜨리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산업은행 고위직을 거쳤던 사람들 중 일부는 최근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쩌다 산업은행의 처지가 이렇게 됐는지 안타깝다”면서 “고개를 들고 다니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는 푸념까지 쏟아내고 있다.

어찌됐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을 비롯한 부실 자회사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집중질타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 산업은행 행장의 낙하산 임명 폐해와 산업은행 출신의 자회사 낙하산 인사 폐해가 시급한 개혁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야당의 심상정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이동걸 산업은행장을 향해 “산업은행 출신으로 자회사에 낙하산으로 나간 사람들에 대한 즉각적인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11조원의 자금 지원이 확정되자 야당 측에선 “돈을 지원하기에 앞서 대우조선 부실 책임에 연루된 사람들부터 조치하는 게 순리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내고 있다.

맞는 말이다. 정부 측 인사가 됐든, 산업은행 측 인사가 됐든, 대우조선 전현직 경영진이 됐든, 이제 책임을 질 사람은 엄중히 져야 한다.

대우조선에 대한 조치는 두갈래로 진행돼야 한다. 우선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다른 한편에선 그간 대우조선의 처지가 이지경이 되도록 만든 당사자들을 철저히 가려내 응분의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검찰이 대우조선 전직 사장들을 철저히 수사 하고 있듯이 이제 정부와 국회는 오늘날 대우조선을 비롯한 산업은행 일부 자회사가 심각한 부실의 늪에 빠지도록 방치한 것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부과해야 할 것이다.

우선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정통 금융업계 출신이 아니었다. 학자 출신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어떻게 산업은행장이라는 중차대한 자리에 임명됐는지도 밝혀 내야 한다. 누가 그런 사람을 산업은행장 및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요직으로 추천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 향후 “어이없는 낙하산 인사”가 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대우조선 부실은 홍 전 행장 시절 ‘특정 기간’에만 갑자기 불거진 것은 아니다. 오래 지속된 부실이다. 그러면 홍기택 전 행장 이전의 산업은행장과 산은 핵심관계자들의 책임은 없는 지도 따져야 한다. 홍기택 전 행장 이전의 행장들 또한 낙하산 인사였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게 보면 현재의 이동걸 행장도 낙하산이기는 마찬가지다. 그의 인사에 대해서도 뒷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동걸 행장에 대해선 “그래도 금융계를 거친 인물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본지 취재 결과 다행히 이동걸 행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 회의에서 “자신도 낙하산 인사”임을 시인 했다고 한다. 그는 아울러 “산업은행 출신으로 자회사에 낙하산으로 나가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즉각 조치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소신 것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자신도 낙하산으로 산업은행장을 맡았지만 산업은행 출신이 자회사로 또다시 낙하산 되는 “새끼 낙하산 인사”에 대해 일말의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산업은행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다. 산업은행은 수많은 부실기업을 관리하는 은행이다. 그리고 최대 국책은행이다. 과거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에서 차관급 자리를 거친 인사들이 임명될 정도로 위상이 있는 자리였다. 산업은행은 또한 이같은 높은 위상 못지 않게 중차대한 임무도 갖고 있다. 은행이 거느리고 있는 크고 작은 부실기업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구조조정 해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임무가 그것이다. 그러자면 산업은행 행장 자리엔 금융업무도 잘 알고 구조조정에 대한 지식과 중요성도 충분히 인지하면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앉아야 한다. 아울러 외풍에 시달리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뚝심과 우수한 업무 수행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앉아야 한다.

따라서 산업은행장 자리 만큼은 이제 “자격이 되는 사람”을 앉힐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산업은행 출신이 자회사에 내려가 구조조정을 방해하거나 산업은행 발전에 저해되는 행위를 하는 일도 없도록 해야 한다.

최근 산업은행은 “이제부터 자회사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 만으론 안된다. 기존에 이뤄졌던 낙하산 인사도 지금 조치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산업은행 관련 감독 당국도 “산업은행장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공표 해야 한다.

이번 대우조선 부실 방치는 한 나라의 경제전반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커다란 사태다. 그 때문에 이들을 구조조정 하는 데 10조원 넘는 엄청난 국민 재산이 국책은행에 지원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피같은 국민들의 희생이 “값진 결과”를 잉태 하려면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고 철저한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멋진 구조조정 성공으로 경제적 차원에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대우조선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여야 모두가 힘을 합치고 정부와 산업은행, 대우조선 경영진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다른 한편에선 “현재의 위기”를 자초한 관행을 하루빨리 근절시켜야 한다. 큰 낙하산 인사, 새끼 낙하산 인사를 모두 근절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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