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정치적 사건이지만 "장기 경제 불확실 요인"...솔로몬 해법 동원해야

▲ 사진은 미군이 제공한 사드 발사 모습. /사진=미국 국방부, 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한국 경제가 바람 잘 날 없다. 조선, 해운산업 구조조정 여파에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 양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까지 내려지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거대 불확실성 요인이 또 하나 생겨났다. 그야말로 한국 경제가 헤쳐 나가야 할 장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 영국과 유럽에선 브렉시트 파장이 얼마나 확산될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브렉시트가 장기간 불확실성 요인을 제공할 것”이란 점엔 대부분이 동의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뿔난 중국과 러시아를 달래기 위해 “사드는 단순한 방어용”이라는 사실을 강력히 외쳐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중국은 “사드가 실제로 배치될 경우 필요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사일 부대를 한반도 쪽에 옮겨 배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북한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다. 한국 내부에서도 “사드 배치는 필요하다”는 의견과 “사드 배치는 이해가 안간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의 고위급 외교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후 경제계가 바짝 얼어붙어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처럼 한국의 사드배치도 경제적 측면에서 장기간 불확실성을 안겨 줄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브렉시트, 사드배치 모두 정치적 사건이지만 당사국 입장에서 보면 커다란 경제적 파장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앞서 지난 금요일(한국시각 8일) 한국증시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모두 출렁거린 것은 사드가 미칠 경제적 파장의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다. 최근 중국은 사드배치가 아니더라도 자국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추세였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부품 업체들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키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한국의 전기차 부품 업체들을 “자격 미달?”이라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화장품 업체들에 대해선 “색깔 별로 허가를 받아야 할 만큼” 깐깐하게 굴고 있다. 중국 화웨이 등 IT업체들은 한국의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특허시비도 계속 걸고 있다. 또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한국인 부총재가 휴직을 신청하자 곧바로 다른 나라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려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는 뭘 말하는가. 중국은 경제적으로 더 이상 한국의 절친한 친구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사드 문제가 터졌다.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중국이 무역 보복을 강화하거나 중국인들이 한국을 배척하면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온갖 힘을 모아야 한다. 조선, 해운을 비롯한 한계산업 및 부실기업은 더욱 강도 높게 구조조정 해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면서 한국 수출기업들이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사드가 정치적 쟁점이 되더라도 중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외면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반한 감정을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과거사 문제와 남중국해 영토분쟁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 됐을 때 중국에서는 한때 일본 제품에 대해 커다란 반감이 표출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중국과 일본이 정치적으로 그토록 날 선 대립을 하는 와중에서도 중국인들의 일본 방문은 봇물을 이뤘다. 일본에서의 상품 싹쓸이 구매도 여전하다.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란 논리가 중-일 관계에서 만큼은 잘 작동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 사드문제는 사드문제고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윈-윈’ 할 수 있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사드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이 한국 방문이나 한국 상품에 대한 구매욕구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는 정치적 동맹을 강화했으니 중국과는 경제적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와 기업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한국에서의 관광 인프라를 더욱 세련되게 만드는 한편 기업들은 “중국인들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품”을 더욱 더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 만이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극볼 할 수 있는 길”이다. 또한 기업들도 중국과의 “꽌시(인맥 인프라)”를 스스로 강화 해 가며 스스로 시장을 고수하거나 더 개척해야 한다.

북경대 정치학 박사인 박선옥 케이유네트워크 대표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살아남는 길은 꽌시 문화를 잘 이해하고 그들의 교묘한 상술을 극복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사드배치 결정을 계기로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이 최소화 되도록 온갖 '솔로몬의 지혜'를 다 함께 이끌어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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