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뿌리부터 바꾸자"는 주문, 향후 얼마나 실천될지 주목

▲ 이건희 삼성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계열사 사장단들에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도 '미래가 있는 경영'을 주문하면서 그룹의 분위기는 아연 긴장 모드에 돌입한 모습이다. 지금의 상태로는 SK가 슬로우 데스(Slow Death)는 물론 서든 데스(Sudden Death)를 통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는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며 전 직원의 강력한 변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강력한 경영환경의 변화 속에서 슬로우 데스를 넘어 서든 데스 위기가 닥쳐 오고 있다"면서 "이런 위기 속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라"고 사장단들에 주문했다. 특히 뿌리부터 바꾼다는 자세로 모든 것을 바꿔서라도 혁신경영을 이룰 것을 강조했다.

이는 과거(1993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신경영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바꿀 수 있으면 모두 바꾸라" "변화한다는 말도 필요 없다, 행동으로 보여달라" 등의 파격적인 발언을 통해 변화를 독려한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삼성그룹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계기로 과거와는 다른 길을 통한 혁신을 모색했고 현재의 삼성으로 재탄생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이 회장의 나이가 51세로 선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아 새로운 삼성 건설이라는 과제에 매진하며 의욕을 보이던 시기다.

이제 최태원 회장도 뿌리부터 바꾸는 혁신의 고삐를 죄어 '미래가 있는 혁신의 경영'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최 회장의 나이는 올해로 56세다. 기업의 총수로서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도 하는 절치부심의 시련 속에 새로운 SK 구축이라는 화두를 던진 모습이다.

최 회장은 "우리 임직원이 SK를 선택한 이유는 SK에서 일하는 것이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며 "SK가 존재함으로 인해 사회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였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하지만 현실의 SK그룹은 ROE(자기자본이익율)가 낮고 대부분의 관계사가 PBR(주가순자산비율)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SK 임직원은 스스로도 행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SK 역시 사회에 행복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막연한 변화보다는 ROE, PBR이라는 구체적인 수치의 테두리 안에서 변화를 주문한 모습이다. 즉 돈 버는 방법, 일하는 방식 등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되 그 목표는 우량한 기업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최 회장이 제시한 숙제에 대한 답변은 3개월여 후인 10월 말쯤에 열릴 하반기 CEO세미나를 통해 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SK가 이번에 제시해야 할 목표는 다른 무엇보다도 세계 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SK그룹이 에너지·화학, IT·통신, 반도체,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만그만한 상태로 세계적인 기업과 비교해서 존재감이 떨어지는 상태다.

세계 일류기업과 비교해 매출, 수익성이라는 구체적인 실적은 물론 도덕·윤리성, 기업가치 및 문화 등의 영역에서 과연 미래가 있는 경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의 미래는 눈에 보이는 실적은 물론 눈에 안 보이는 영역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한다. 여기서 잘하는 기업이 대체로 세계 일류기업이 되었고 미래에도 리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삼성그룹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계기로 일본의 소니 및 마쓰시다, 미쓰비시, 도레이는 물론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애플컴퓨터, 페더럴 익스프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제록스, 휴렛팩커드 등 당시 쟁쟁한 세계 일류기업을 벤치마킹 상대로 삼아 발전 플랜을 짠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이 같은 플랜은 상당한 분야에서 삼성그룹이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단초가 되었다. SK그룹 역시 자신들의 영역에서 세계 일류기업 2~3개를 선정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발전 플랜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갈채와 성원 속에서 성장의 궤도에 올라서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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