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수요 아니라도 외국인이 한국 찾도록 문화인프라 갖춰야

▲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친한 선배가 호텔을 경영하고 있다. 최근 이 선배와 한 시간 반 동안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선배는 “지금처럼 호텔 짓기 좋을 때가 없다”고 했다.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와 1년 내내 호텔에 빈 방이 없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서울에서 방을 구하지 못하니까 춘천도 가고 원주까지도 간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관광 수요에 부응해 호텔 건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호텔만 짓는다고 하면 건축비를 지원 받는데다 이자도 매우 낮다. 짓고 나면 관광객들이 1년 내내 호텔을 꽉 채워주고 있다.

여태 이런 형편을 몰랐던 사람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으로 귀가 솔깃할 수 있다. 선배는 호텔을 지으려면 얼마든지 더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선배는 "나는 이제 호텔을 더 지을 수가 없다"고 했다. 지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지을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이 사업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과연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몰려올 수 있을까? 이 선배는 겨우 3년을 내다본다고 했다.

사업을 할 때는 지금 호황을 누리는 것에만 안주하면 안된다. 이 호황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1980년대 초, 한국인들의 일본 관광이 붐을 일으켰다. 이른바 ‘코끼리 밥통’ 관광이다.

일본에 가서 전기밥솥을 사기 위해 주부들이 대거 일본 방문에 나섰다. 어떤 여성은 밥통을 너무나 많이 사서, 돌아올 때 팔에 안지 못한 밥통은 발로 굴려가며 귀국했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지금 일본에 밥통 사러 가는 사람은 거의 찾기 힘들다. 관광의 흐름은 때에 따라 바뀐다.

밥통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목적을 위해 여전히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일본 관광에 나선다.

지금 한국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예전에 밥통 사러 일본에 가던 한국인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

많은 관광객이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아니면 화장품을 사기 위해, 또는 가전제품을 사기 위해 한국을 찾아온다.

그런데 이 산업들의 기술이 상당 부분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조금 더 세월이 지나면 이런 목적으로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아올 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쇼핑이 아니더라도 한류 때문에 한국을 찾아온다는 주장이 나오기는 한다. 그런데 한류나 케이팝도, 이 분야 사람들은 3~5년을 내다보고 있다. 향후 몇년이 지나면 케이팝을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는 관광객 수가 어찌될지 알 수가 없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코끼리 밥통을 살 일이 이제 없다고 해서 일본 관광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전히 일본 관광은 우리를 이끄는 메리트가 있다.

그런데 한국 관광은 어떨까.

한국 관광은 ‘한번 왔던 사람은 다시 안 온다’ 지적을 받고 있다. 바가지 요금에, 온갖 근시안적 행위로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 덮어놓고 호텔을 지어놓으면 아무리 길게 봐도 10년 후에는 어떡할 것인가? 10년을 내다볼 것도 없고 향후 몇년 후가 걱정일 수도 있다.

나는 61개국을 여행 다녀봤다. 이들 나라는 아무리 전에 갔던 곳도 다시 찾아가면 새로운 볼 것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관광의 힘은 쇼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문화의 힘이다.

이곳저곳에 마구 늘어난 호텔이 계속 관광객을 맞을 수 있으려면 한국 관광이 문화관광으로 격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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