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정치력은 경제에도 도움...한국 정치권도 눈여겨봐야

▲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위키피디아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새삼 테레사 메이 영국 신임 총리를 생각해 본다. 여성 총리다. 지금까지만 보면 그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총리 자리에 앉은 뒤로 글로벌 시장이 안도하고 있다. 그가 의외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충격을 잘 수습해 나가고 있다는 게 시장 한 편의 평가다.

그는 연일 유럽정상들을 만나느라 바쁘다. 20일(이하 유럽시각)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난 데 이어 21일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는 이들과의 자리에서 “영국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안엔 브렉시트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정상회담이 끝난 뒤엔 “영국은 브렉시트에 관계 없이 유럽연합 주요국과의 경제적 협력관계를 잘 유지하겠다”고 했다. 브렉시트에도 영국이 유럽국가들과 등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주요 파트너들을 설득해 나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수장들도 메이 총리를 배격하지 않았다. 영국에 브렉시트 협상을 준비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올랑드 대통령이 그랬고, 메르켈 총리도 동의했다.

지난 6월 23일 영국이 국민투표를 거쳐 브렉시트 결정을 내렸을 때만 해도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은 당장 영국을 쫓아낼 것처럼 다그치기도 했지만, 유럽연합 국가 수장들이 테레사 메이와 만난 이후에는 온순해진 느낌이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자국민들을 다독이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는 브렉시트를 피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영국민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브렉시트가 영국의 경제 양극화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해 모두를 감싸 안으려는 그의 행보가 돋보였다.

메이 총리 취임 후 영국발 불안감이 상당 수준 누그러들었다. 이웃 나라 독일증시는 다시 1만선을 회복했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만6000선을 넘어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미국증시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재개했다. 영국증시는 유럽에서 의외의 상승세를 보이는 날도 많아졌다. 22일에도 그랬다. 이날 독일증시는 금융정보회사 마킷이 집계한 7월 유로존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추락 속에 하락세를 보였지만 영국증시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영국의 제조업 PMI는 더 나빴지만 런던 FTSE100지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뿐만이 아니다. 파운드화 가치도 22일 하락하긴 했지만 브렉시트 투표 직후에 비하면 상당 수준 반등해 있다.

그러자 글로벌 시장에선 테레사 메이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투자의 박문환 이사는 지난 23일 아침 한국경제 TV에 출연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악재도 많이 발생하지만, 그런데도 세계 증시가 잘 버틸 수 있는 것은 테레사 메이 효과와 풍부한 유동성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 지도자가 얼마나 위기를 잘 수습하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요즘 영국이 그렇다. 테레사 메이의 등장 이후 영국을 향하던 수많은 비판의 빗발들이 상당 수준 누그러든 상황이다.

물론 브렉시트 상황은 앞으로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만 놓고 보면 메이 총리에 대한 금융시장의 믿음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잘해야 한국의 경제난도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신임 총리가 국가 위기를 잘 다스려 가고 있듯이 우리 정치권도 사드 문제, 한계산업 구조조정 문제, 추경 편성 문제 등에 합심하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새로운 정치력을 발휘해 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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