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 쇼크에 이어 중국 금융시장마저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한국 금융시장이 치명타를 맞고 있다. 주식시장이 출렁이는 것도 문제지만 채권 값이 급락하면서 채권을 보유한 증권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채권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 값 추락으로 일부 대규모 채권 보유 증권사의 경우 최근 1주일사이에 1000억원 정도의 막대한 채권투자손실을 입은 곳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그간 채권투자에 집중해온 증권사들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 특히 지난주 연 2.7%수준에 머물던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금리)이 24일엔 연 3.12%까지 치솟으면서 채권보유량이 많은 증권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벤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연내 축소 발언’ 및 ‘중국 금융시장 경색’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덩달아 위축되면서 채권금리가 급속히 오르는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채권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은 떨어진 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수익률(금리)은 곧 할인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증권사들의 경우 은행과 달리 보유채권에 대해 그날그날 손실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채권금리 불안에 그만큼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하루하루 채권금리가 급등락 할 때마다 증권사 채권투자수익도 요동치게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증권사 채권계정엔 ◆시가평가 북 ◆매도가능 북 ◆만기보유 북 등 3가지가 있는데 대부분 증권사 보유채권은 시가평가 북, 즉 매일매일 손실이나 이익을 평가받는 계정에 잡혀있다. 그런데 증권사들은 하루 채권투자 손실 폭이 지나치게 클 땐 시가평가 북에 있던 채권을 매도가능 북으로 옮겨 손실을 숨기기도 한다. 매도가능 북은 분기에 1회만 평가받는 계정이다. 또 만기보유 북은 사들인 채권을 만기 때까지 보유한 뒤 이익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만기보유 북에 해당하는 채권은 극히 일부에 속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채권에 투자하더라도 매일매일 시가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자본계정에 채권자산을 편입시키기 때문에 긴 기간에 한번 씩 평가받으면 된다. 그런 만큼 은행들은 하루하루의 채권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편이다. 요즘처럼 하루하루 채권 값이 들쭉날쭉하게 되면 결국 가장 애를 먹는 투자가는 시가평가 북에 주로 채권을 편입하는 증권사들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계가 보유한 채권규모는 줄잡아 135조원규모에 이른다. 또한 이중 상위 5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규모는 54조원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며칠간 채권금리가 무려 42bp(0.42%포인트)나 오른 상황에서 평균 듀레이션(자금회수기간)을 2년으로 잡는다면 증권사당 줄잡아 1000억원 정도의 채권투자손실을 입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증권사에 따라선 이들 채권의 일부를 시가평가 북이 아닌 매도가능 북이나 만기보유 북으로 이전해 일시 손실을 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규모 채권투자손실을 입은 업체라 하더라도 손실이 발생한 채권의 계정만 살짝 옮겨 놓으면 당장은 손실추궁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채권담당자는 “지난 1~2년간 채권에 투자해 많은 돈을 벌었던 증권사들이 최근 들어 채권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곳도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채권을 대량 보유한 증권사들은 하나같이 좌불안석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채권편입이 많은 보험사들도 속앓이를 하긴 마찬가지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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