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양극화...50만 원짜리 외국 작품 공연은 매진 vs 2만원 국내 공연은 외면

▲ 소규모 극장의 객석이 텅 빈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문화산업은 위아래도 없고 평등한 것이다. 문화는 권력도 아니고 공평하게 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국내에선 한 해에 창작 뮤지컬과 연극이 대학로 중심으로 500편 이상 나온다. 창작 뮤지컬이나 창작 연극은 우리나라 예술가들이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 토종 뮤지컬이나 토종 연극이다.

그런데 창작 작품의 95%가 망한다. 사실 100%가 망한다고 보면 된다.

처음 나와 제대로 성공하는 작품은 하나도 없다.

제자 가운데 여성 제작자가 있다. 이 사람이 뮤지컬 작품을 처음 만들어 공연을 했다가 망했다.

2016년 초 대학로에서 두 번째 공연을 했다. 그가 울면서 나한테 전화를 했다. 한 달간 하는 뮤지컬인데 시작한지 열흘도 안됐을 때다.

그는 내게 “표 좀 단체로 팔아 달라”고 했다. 알고 보니 돈이 바닥나 막을 내리게 생겼던 것이다. 정말로 막을 내리게 되면 이 사람은 이 세계에서 끝장이다.

사제의 인연을 가진 사람이어서 5분도 안 돼 입금시켜줬다. 뮤지컬과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의 현실이다.

내가 운영하는 문화재단의 공연장에서는 최근 대학로에서 성공한 것으로 이름난 작품 공연을 했다. 성공한 작품이어서 사람들은 많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제작자들은 이번 공연에서 돈을 벌지 못했다.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작품인데도 현실이 이렇다.

수많은 창작 작품 제작자들은 하나같이 어렵게 빚내서 돈 꿔 가면서 예술 하는 사람들이다. 자기 돈으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돈이 많아 이거 해도 된다는 사람도 별로 없다. 늘 어려운 사람들이 돈 빌리러 돌아다니는 데가 이 세계다. 불쌍하고 처절하다.

그런데 창작 작품과 전혀 형편이 다른 작품들이 있다. 이런 것은 무대에 올리기만 하면 성공한다.

대형 라이선스 작품들로 서양에서 넘어오는 것들이다. 이런 작품은 사람들이 다 가서 본다. 물론 볼 만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걸 100% 이해하고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작품에 대해 사실상 아무것도 모르면서 보러 가야 되는 사람들도 있다. 다소 웃긴 얘기일 수도 있다.

공연을 보러 가서는 졸다가 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기는 가서 보고 들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10년 전부터 이런 풍조가 있었다. 굉장히 오래 전부터 들어온 얘기다.

공연 때는 졸다가 만원 주고 산 프로그램을 집에 모아 놓는 것이 낙이다. 물론 이런 것도 공연이 정착하는 토대를 만들어주니 좋은 면이 있다. 문제는 이런 혜택이 오로지 외국 라이선스 작품에게만 간다는 것이다.

외국 라이선스 작품은 덮어놓고 보러 가는데, 국내 예술가들은 텅텅 빈 객석을 놓고 공연을 하다 매번 빚이 쌓여 간다. 토종 작품은 공연을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이 작품들의 진정한 가치가 알려질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이것을 ‘문화사대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문화강국이 되고 문화대국이 되려면 국민들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 것, 토종에 관심을 가져줘야 우리 예술인들도 더욱 활발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다.

외국 뮤지컬은 티켓 가격이 10만 원, 15만 원, 20만 원을 하는데 심지어 50만 원짜리 티켓도 매진된다. 반면 토종 뮤지컬은 제일 비싼 게 5만원인데, 50% 할인에 또 할인이면 2만원으로 60% 할인을 해 준다. 그런데도 객석이 텅텅 빈다.

진정으로 문화산업에 대해 관심이 있고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면 국내 창작 뮤지컬과 창작 연극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이다. 토종 예술가들이 뿌리내리고 발을 붙일 수 있으려면 국민적인 토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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