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2001 미국 세계무역센터 테러 후 현금 선호 경향 가장 고조"

▲ 한국의 은행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쪽에선 글로벌 증시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현금을 비축하는 기업과 투자자들도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여건의 절망적인 흐름과 여러 불확실성이 이같은 현금 선호 경향을 부추기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정책 전망이 보다 더 애매해지고 혼란스러워질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8월 현재까지는, 또 다른 기이한 상황이 (금융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기준 금리를 기존 0.5%에서 역사상 최저점인 0.25%로 인하했고 700억 유로 규모의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뒤, 영국, 아일랜드, 그리고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금리)은 사상 최저점으로 추락했다. 국채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는 얘기다. 국채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영국 10년물 벤치마크 금리는 현재 0.56%에 불과하고 단기채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여전히 놀랄 만한 사건들이 목격되고 있다. 금융 서비스 그룹인 트레이드웹이 FT에 제공해준 자료를 참고하면 명목 기준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글로벌 국채 및 회사채의 규모는 지난 주 자그마치 12.6조 달러에 달했다. 이는 서방 국가에 존재하는 국채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역사적 표준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단순히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국채에 몰리기 때문만이 아니다.

FT는 “만약 당신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추가적인 신호를 찾기 원한다면, 일반적으로 추적하기가 어려워 큰 이목을 끌지 못하는 또 다른 지표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건 바로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현금 보유 상황이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한 이유로 여겨지는 것은, 투자자들과 기업들로 하여금 자금을 채권이나 현금과 같은 저수익률 자산으로부터 보다 높은 수익률과 성장을 생산해낼 수 있는 생산적인 투자로 유입시키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이론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 일례로 몇 주 전, 미국 금융전문가협회는 기업 재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는데, 서베이는 현금 회피와는 거리가 멀고 기업 재무 담당자들은 올 여름 현금 보유액을 줄이기 보다 오히려 늘릴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들은 2011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현금에 열광하고 있다.

BoA 메릴린치가 실시한 서베이도 이와 동일한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지난 7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지닌 자산운용사들은 그들의 자산 가운데 5.8%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금 보유 수준은 올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현재 2001년 12월, 세계무역센터에 테러가 감행됐을 당시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더욱 두드러지는 점은, 오늘날의 현금 선호 수준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한 직후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FT는 “이같은 현금 선호 흐름은 돈만 풀어대는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부양 능력에 대해 비관적이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면서 “특히 미국 기업 재무 담당자들은 ‘별 볼 일 없는 국내 경제와 지속된 하향세’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그중에서도 메릴린치 서베이는 성장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제시해주었다”고 설명했다.

FT는 하지만 “경제 성장 둔화가 이 모든 상황을 대변해주지는 않는다”면서 “자산운용사들과 기업 재무 담당자들 모두 완전한 경기침체 상황을 예상하지는 않고 채권 가격이 암시하는 1930년대 형태의 경기침체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FT는 따라서 “현금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이유를 보다 적절히 설명해주는 요소는 보다 만연해 있고, 심오해진 불확실성에 대한 심리 패턴 때문이다”면서 “특히 기업 재무 담당자들의 경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정치적 대격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릴린치도 “서베이 결과 자산운용사들이 ‘정치적 위험’과 ‘보호무역주의’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제시해주었다”고 거들었다.

다시 말해 이런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들로 하여금 '현금에 열광케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게 FT의 진단이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 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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