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과 조기 단종 사태로 '혁신의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시장 선도기업을 추월하기 위해 시도했던 과감한 혁신들이 한낱 '재앙'으로 돌아오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모양새다. 금이 간 신뢰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대책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빠른 출구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다양한 고객의 목소리를 담아 새롭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실수를 되풀이지 않는 길이 유일한 출구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애플의 아이폰에 맞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서 세계 1위의 스마트폰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2인자의 위치를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익이라는 측면이나 브랜드 가치, 혁신의 방향성 등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는 격차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뛰어난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에까지 도전을 받으면서 시장을 하나둘 빼앗기자 멀지 않은 시간에 점유율 1등 자리도 위태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갤럭시S7이 예상 외의 평가를 받으면서 날개 돋힌 듯이 팔리자 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가을에 내놓은 갤럭시노트7은 홍채 인식과 같은 혁신기술과 뛰어난 기능을 아우르면서 애플의 선도적 위치를 위협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을 맞았다. 모든 기능이 좋은데 이를 담아낼 그릇이 부실해지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그 좋던 출발을 뒤로하고 올해 가장 참담한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다시 세계 1등으로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휴대폰의 대명사 노키아처럼 퇴락의 길을 걸을 것인가 하는 절체절명의 국면을 맞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내년은 스마트폰 탄생 10년을 맞는 해다. 사실 이번에 갤럭시노트7의 단종 사태로 야기된 참사가 아니더라도 삼성전자는 애플의 혁신과 중국 업체의 압박 속에 내년 이후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끊임없이 자리를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상태였다.

이번에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인한 위상 추락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강력한 혁신을 시도하면서도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제를 잘 풀어냄으로써 명실상부한 1등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소리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혁신에 있어서는 다소 뒤질지 모르지만 생산 프로세스만은 세계 어느 기업에 견주어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다른 기업의 추종을 불허하는 반도체와 OLED 기술만 해도 그렇다.

하지만 이번에 자신들이 장기로 여기고 있는 영역에서조차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즉 반도체와 같이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하면서도 한 점의 흠이 없는 기술의 완성체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내놓을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에 다양한 혁신기술을 담을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최근 인수한 미국기업의 인공지능(AI) 기술 채택을 필두로 해서 OLED를 활용한 매끈한 디자인의 폴더블 형태의 스마트폰, 지금까지 어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보다 큰 패널(6.2인치) 장착 등을 통해 갤럭시노트7으로 추락한 명성을 되찾겠다는 시도를 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아무리 혁신이 돋보인다고 해도 이것을 완벽하게 담아내는 기술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번 참사와 같은 사태를 면할 수는 없다. 이미 스마트폰은 시장 파괴적인 혁신보다 점진적인 혁신이 주도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뛰어난 혁신기술을 장착해도 걸맞은 운용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언제든 시장의 패자로 돌아설 수 있는 상태다. 이제 삼성전자는 점진적인 혁신이나마 제대로 완성품에 담아낼 수 있는 철저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통해 다시 혁신의 아이콘과 기술의 완성체로 거듭나길 바란다.

어쩌면 내년에 내놓을 갤럭시S8에 혁신과 완성의 조화를 완벽하게 담아낸다면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는 한낱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혁신도 넘고 중국 업체의 가성비도 넘어서며 더욱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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