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 기자] 삼성은 지난 9월 ‘미래의 길, 바이오에 묻다’를 주제로 2회에 걸쳐 사내방송을 통해 바이오시밀러를 연구·생산하는 계열사의 활동과 성과, 전망 등을 소개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그룹 전체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이같은 프로그램을 편성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 CJ헬스케어 등 전문제약사외에도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도 바이오에 미래를 걸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삼성은 2010년 바이오제약 등 5개 사업을 IT를 이을 차세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해 23조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도 지난해 지주사 출범 때 바이오 제약을 핵심 성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의지를 밝힌 후 계열 SK바이오팜·SK바이오텍·SK케미칼의 시설과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LG는 시너지효과를 노려 2002년 분사했던 LG화학과 LG생명과학을 다시 합치기기까지 했다. 공식 합병은 내년 1월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의 도약을 한다는 게 목표다. 이에 앞서 LG화학이 이미 팜한농을 인수한 상태다.

비이오 신약을 하나 개발하기 위해서는 10년이상의 기간과 수천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데다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데도 이들 기업이 과감하게 도전하는데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내부/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이들 기업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케이컬의약품보다 훨씬 정밀한 공정이 필요한데 이들은 20나노m급 초미세 공정을 거쳐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있다. 이는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CMO)시장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바이오의약품의 핵심은 배양세포에서 순수 항체를 뽑아내는 것이므로 반도체생산의 미세공정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클린 룸 등 주요시설을 지을 때도 반도체 공장건설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

현재 3만 리터 규모의 1공장을 풀 가동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로슈, BMS 등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위탁생산을 의뢰받았을 때 계열사의 반도체 생산 경험 덕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D램 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세계 1, 2위에 올라있다.

LG는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반도체 빅딜 때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겼지만 그 후에도 LG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를 꾸준히 개발해왔으며 2년전 미국에서 반도체 설계업체를 인수하는 등 반도체 관련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80년대 중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기도 이천에 있는 30만평 공장 부지에 현대전자를 세우고 D램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이 계획을 들은 구자경 LG그룹 회장은 불가능하다며 “당신은 건설이나 잘 하라”며 가볍게 면박(?)을 줬다. 정 회장은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말로 응수했다. 전경련 회원사 산업시찰 때의 얘기다.

정 회장은 용인 출신으로 삼성전자 기조실장을 맡고있던 남궁석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건설과 초창기 운영 책임을 맡겼다. ‘정보화 전도사’로 불린 그는 얼마후 다시 삼성으로 복귀해 삼성전자, 삼성SDS 대표와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냈다.

하이닉스반도체로 이름을 바꾼 현대전자는 2000년 이후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경영난에 빠졌으며 채권단 관리 등을 거쳐 2011년 SK에 인수됐다.

공격적인 스타일의 최태원 SK 회장 주도로 인수한 SK하이닉스는 한동안 고전했으나 D램 값 상승 등에 힘입어 이젠 SK그룹에 효자 역할을 하고있다. SK하이닉스 인수는 최 회장의 대표적 인수합병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올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1898억원, 1조406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각각 22.3%, 93.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나아가 그룹의 바이오제약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이니 정주영, 구자경 회장이 뿌린 씨의 열매를 최태원 회장이 거두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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