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30초, 독일 총리공관은 열다섯 걸음 이내 모든 것 해결"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최순실 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근무시간에도 집무실이 아니라 관저에 머문 적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게 되면 실무비서진이 경제 현안 등 시급하게 보고할 것이 있어도 접근이 매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상일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21일 본지와 통화를 갖고 관저뿐만 아니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 또한 대통령이 참모들과 긴밀한 의논을 하기 매우 불편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물론, 대통령은 근면한 자세를 일순간도 버리지 않아야 하고, 비서진은 보고할 것이 있으면 거리를 불문하고 즉시 보고해 마땅하지만, 건물 구조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일 전 의원은 지난 해 10월23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도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대통령과 참모진이 항상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대통령 집무공간과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등의 업무공간이 한 건물 안에 함께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청와대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조언한 바 있다.

그는 현재 청와대 구조가 ‘대통령 고립형’, ‘대통령과 참모진 단절형’이지만, 이를 ‘쌍방소통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일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평일에도 청와대 본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머문 데 대해 “박 대통령의 취향이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청와대의 고립형 구조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청와대 본관 집무실 역시 방대한 공간에 대통령 혼자만 있기 때문에 관저에서 홀로 업무를 봐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에 따르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과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이 있는 위민 1,2,3관의 거리는 500m 에 달한다. 걸어서 6~7분 거리인데, 청와대가 아닌 시내라면 급할 때 택시를 타야 할 거리다.

이 전 의원은 “위민관에서 관저로 가는 거리도 비슷하다”며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일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의 상황보고서를 든 행정관이 박 대통령이 있던 관저로 가기 위해 자전거를 이용한 걸로 밝혀졌는데, 대통령과 참모진이 한 건물에서 일한다면 ‘자전거 배달’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백악관 웨스트윙 구조. /사진=이상일 전 국회의원

 

▲ 독일 총리공관 구조. /사진=이상일 전 국회의원.


미국 백악관의 경우,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대통령을 찾아다닐 일은 없다. 대통령 거주 공관인 중앙관저가 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그 서쪽의 웨스트 윙(West Wing)에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들의 업무공관이 있다.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는 웨스트 윙 2층에 위치해 있는데 같은 층에 부통령, 비서실장, 선임고문, 대변인 방 등이 회의실과 함께 모여 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원하거나 긴급현안이 발생하면 핵심 참모들이 모두 30초 이내로 모일 수 있는 구조”라고 이 전 의원은 설명했다.

독일은 4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 2011년 총리 공관을 10배 규모로 신축했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공관을 세운 것은 총리와 참모진, 의회와의 소통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 였다고 이 전 의원은 강조했다.

총리의 관저 공간은 8층, 집무실은 7층에 있는데 비서실장실과 비서실 역시 7층에 있다. 이 전 의원은 “총리를 보려면 열다섯 걸음만 걸으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물리적 소통 거리가 가까운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전 의원은 “국가지도자와 참모들의 소통에 물리적 거리가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며 “서로 일하는 공간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소통 기회는 늘어나고, 소통이 잘 되는 건 다른 나라에서도 증명되는 만큼 청와대 건물 구조도 꼭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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