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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근처에는 상권이 없었다
장경순 기자  |  sixyello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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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7  16: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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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의 2013년 신축 당시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10여 년 전, 직장이 전경련 회관에 있었다. 1년 정도 출퇴근을 하면서 깨달은 건, 건물 주위 유동인구가 상당히 적다는 점이었다.

경제는 상권 형성과 관련이 깊다. 경제적으로 유명한 기관이 있는 곳이면 인근 상점들도 영향을 받아 일종의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를 본다. 특히 전경련과 같이 한국 경제에서 최상위층 인사들이 오가는 곳이라면, 이들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고가 상품의 상권이 형성될 법도 한데, 전경련 회관 근처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

매일 출퇴근하는 입장에서는, 재계 총수들이 에쿠스와 같은 고급차에서 내려 에스코트를 받으며 입장하기 딱 좋은 정문보다는 발걸음을 줄일 수 있는 후문을 선호했다. 금융감독원 뒤로 돌아서 아파트 단지 벽을 따라 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어 가을날 떨어진 낙엽이 제법 아늑한 정취도 만들었다.

건물 지하에는 골프 관련 상점 몇 군데를 제외하면 거의 음식점이었다. 이들 음식점은 이곳에 입주한 기업의 직원들이 주고객층이었지, 여의도 일대에서 소문 듣고 찾아올 만한 음식점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전경련 회관의 전형적인 특징은 외부와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외부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건 일체의 상권이 없었다는 얘기다.

전경련 회관이 지금은 50층이지만, 이때는 20층으로 지금보다는 상당히 작았을 때다.

이 당시 전경련 회관은 시장경제의 개념이 극히 부족했던 개발경제 시대의 전경련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상권을 등진 전경련 회관을 드나들면서, ‘은밀한 논의를 하는데는 오히려 번잡한 상권이 없는 게 나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경쟁을 중시하는 법안이 만들어질 때면, 이른바 재계 5단체 상근부회장들의 모임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모였다하면 “반기업 정서에 우려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발표했다.

그래서 “또 5단체 모일 때 됐다”는 냉소가 나오면 정말로 5명의 상근부회장들이 줄을 지어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사진이 뉴스에 실리곤 했다.

이 모임에는 항상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맨 앞자리를 차지했는데, 그는 지금 최순실 파동에 심각하게 연루돼 국회 청문회에도 등장했다. 최순실 파동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어버이 연합 자금 지원’ 파동에서부터 그의 이름이 뉴스에 등장했었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전경련에 대한 인상은 시장의 흐름보다는 자기들의 입장만 주장하는 집단 같다는 것이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LG, SK 등 그룹들을 대표하는 전경련이라면 그 자체로 엄청난 상업적 브랜드 효과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재계 단체가 있는 곳이라면 일대의 이미지가 상당히 품격이 있어서 고가 상품에 특화된 백화점이 번창하고 있을 법 하다. 고가 상품을 맨날 살 형편이 못되는 일반인들이지만 고급스런 인근 지역의 이미지를 활용하려고 이곳에 사무실을 내서 일대가 소문난 상권으로 크게 번창하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다.

지금의 전경련 회관이 이런 상상과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예전 이곳으로 출근하던 시절에 비해서 건물 자체는 상당히 고급화, 고층화됐다.

주요 언론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LG그룹이 이날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는데, 재벌 기업의 공식적 발표는 처음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탈퇴 러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개발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은 한국 경제가 원하든 원치 않든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개발경제 시대에 탄생한 전경련이 과연 시장경제 시대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존을 걸고 고민해야 할 때다.

시장은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승부를 내는 곳이다. 시장경제에서 경제주체들이 요구하는 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논리다. 전경련이 과연 이런 시장경제 시대에 적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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