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는 지속 상승하는 반면, 원엔환율은 낮은 수준 유지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9달 만에 1210원을 넘었다.

환율이 1200원을 넘을 무렵 외환시장은 “1200도 숫자의 하나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도 대체적인 분위기는 일방적인 상승 몰입과는 거리가 멀다.

환율이 더 오를 것을 바라면서 수출대금을 아껴두는 것이 아니라, 환율 상승단계마다 이익실현을 위한 달러 매도가 나오고 있다고 한 딜러는 전했다.

일중 상승 폭이 0.24%에 그친 것도 이런 분위기의 한 면모다. 최근의 지속적인 상승기에서 비교적 상승 폭이 컸던 것은 27일의 6.2 원이다.

올해 연말로 오면서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제2의 IMF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우려로 인해 원화환율 상승은 상당히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일중 상승폭이 대부분 5원 이내에 멈추고 있는 것은 시장이 사실상 마비됐던 1997년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 환율이 오랫동안 상승 방향으로만 가는 데 대해서 방심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최근의 환율 동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역시 원엔환율의 움직임으로 지적된다. 원엔환율은 원화환율 변동이 과도하냐를 판단하는 주요 잣대다.

엔화환율은 28일 오후 4시29분(한국시간) 현재 1달러당 117.52 엔이다. 이날 원화환율 종가는 1210.5원이다. 이에 따른 100엔 대비 원엔환율은 1030.04 원이다.

올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원엔환율은 1100원을 넘었다. 원엔환율 1100원은 국제 금융불안 여부의 기준선으로도 간주된다.

현재의 원엔환율 수준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달러대비 원화환율은 오르는데 원엔환율이 낮은 수준이라면 이는 한국 내부사정보다 국제 정세가 시장을 움직이는 경우다.

그렇다면, 지금의 지속적인 환율 상승에 한국 내부의 원인은 전혀 없는가. 그건 또 아니라는 점이 환율 변동곡선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도 일시적으로 엔화와 유로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날이 있는데, 이런 날에도 원화환율은 상승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보기 드물게 하락하는 날도 내용적으로는 커다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지난 26일의 원화환율은 보기 드물게 전일대비 1.6원 하락해 1201.4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외환시장이 가장 주목한 건 ‘내려갔다’는 점이 아니라 ‘1200원선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후 들어서까지 원화환율은 1198~1199원 선에 머물러 전주말에 기록한 1200원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수입대금 결제가 수출대금을 압도해갔다. 여기다 역외를 중심으로 대세상승을 전망한 투기적 달러 매수가 겹쳤다.

외환시장의 저변에는 환율 상승 심리가 넓게 자리잡고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날이다.

이날 1200원선이 유지되자 이틀만인 28일 1210원을 넘게 됐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한국 경제에서 원화가치 방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전부터 한국은 조선·해운사태와 같은 심각한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안고 있었고 연중 국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못 맞추는 굵직한 사건들이 몇 차례 있었다.

과연 지금의 환율 변동을 두고 ‘제2의 IMF’를 걱정해야 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이 지금보다 더욱 오를 것이라는 데는 거의 아무도 이견을 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초래하는 달러 강세기조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한 딜러는 내년 1분기 1250원도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개별 딜러의 전망에는 자신이 현재 취하고 있는 매매 포지션이 결부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석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는 있다. 어떻든 누군가 1250원을 얘기한다고 해도 전혀 황당하다고만 간주할 수는 없는 것이 지금의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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