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트럼프 경제정책 성공 여부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전략 필요"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이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금융기관인 HSBC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정책 집행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경제적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파장을 언급해 관심을 끈다.

특히 외환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이므로 시장 동향에 유의하고 단기적으로는 달러 매수가 유력해 보인다는 진단이다.

우선 트럼프의 선거 공약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접목되는 경우다. 이는 재정 부양책과 경제 재팽창으로 나타나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게 되고 이른바 '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으로 시장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경우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순차적으로 올리게 되고 시장 금리 또한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경제가 예전보다 훨씬 더 견고한 기반에 놓여 있게 되고 이에 따라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원유 가격을 제외한 원자재 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다만 GDP 성장률이 얼마나 견고해질 것인지, 금리가 얼마나 빠르게 상승하게 될지, 그리고 연준이 달러 강세에 대해 얼마나 관대할 것인지는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될 것이다.

이에 비해 트럼프 정책이 국제적인 마찰에 부딫혀 실패하거나, 실패까지는 아니라도 미국 의회와의 마찰 등으로 인해 정책 집행이 지지부진할 경우다.

먼저 트럼프 실패(Trump-failure)가 나타날 경우 외환시장은 트럼프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이 되어 단기적으로 기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실패는 정책이 기대하는 경제적 효과를 일으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즉 미국 경제는 중국, 멕시코와의 무역전쟁을 시작하게 되고, 세계 무역을 방해하며, 외환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재정 부양책이 성장률에 미치는 긍정적인 기대를 약화시킬 것이다. 이 경우 트럼플레이션이 나타나도 경기 부양책에 따른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 아닌 관세에 따른 수입 가격 상승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임금이 상승해도 실질 소득이 줄어들게 될 것이며 실질 소득 감소는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민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노동공급과 미국의 잠재 성장률에 대한 우려를 높일 것이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는 움직임은 트럼프가 국제 무대에서 기꺼이 논란의 소지가 많은 조치를 취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며, 잠재적인 다른 지정학적인 충돌에 대한 불안감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달러는 안전자산인 엔과 스위스 프랑을 언더포펌할 가능성이 높고, 유로화 대비 달러 평가도 절하될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위협과 전반적인 위험 수요를 감안했을 때 달러는 이머징시장 통화들 대비 계속해서 랠리를 이어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끝으로 트럼플라이트(Trumplite)가 나타나는 것이다. 트럼플라이트란 트럼프가 여러 선거 공약들을 실행에 옮기는 데 실패하는 것을 말한다.

세제개혁과 재정 부양책을 위한 트럼프의 계획이 미국 의회의 반대로 인해 좌절될 수 있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것이지만 이것이 트럼프가 제안한 계획들을 전부 지지할 것이라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트럼프가 제안한 세제개혁의 세부적인 내용과 백악관 대변인 폴 라이언의 세제 개혁안은 여전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공화당 의원들은 감세를 지지 하지만 재정적자 확대 전망으로 감세가 마음에 덜 내킬 것이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은 감세가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감세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외환시장에 있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트럼프 당선 이후의 시장의 재평가가 실수였다는 것을 상징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그러했던 것처럼 성장률에 대한 기대도 원위치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채권 수익률이 하락 반전하면서 나란히 달러가 하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가능성이 있는 승자는 이머징시장 통화들인데, 현실에서 변한 것이 거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대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머징시장 통화들의 가치를 불필요하게 낮게 본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HSBC는 "여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분명 달러를 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채권의 경우 개별 시나리오에 대한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트럼플레이션이 성공적일 것이라고 믿는다면 채권을 매일 매도할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실패나 트럼플라이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면 채권을 매수할 것이다.

이에 비해 달러에 미치는 영향은 채권처럼 이분법적이지는 않지만 당분간은 달러 강세 쪽으로 기울어 있다. 성공적인 트럼플레이션이 나타날 경우 달러 랠리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실패가 달러의 이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 경우 G10 대비 달러의 랠리가 멈출 것이지만 하락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는 또한 이머징시장 통화들 대비 대부분의 기반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적어도 초기 반응 단계에서는 그러할 것이다.

HSBC는 "올해 상반기에 '트럼플레이션'에 대한 믿음이 외환시장을 계속해서 지배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2분기 말에 달러가 평균적으로 5% 정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HSBC는 "올해 중순까지 트럼프에 대한 도취감이 약화되기 시작하면서 달러의 랠리가 반전될 것이며, 올해 중순부터 연말까지 달러가 4%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연말쯤에는 달러 대비 유로와 엔이 손실을 회복할 것이며 하반기에 이머징시장 통화들에 보다 더 온화한 환경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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