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 기자] 스위스 국민들이 지난해 6월 국민투표에서 퇴짜를 놓은 기본소득제가 우리나라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핫이슈가 되고 있다.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 반기문, 안철수 주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폴리코노미’를 올해 국내 10대 트렌드 중 첫째로 꼽은 현대경제연구원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기본소득은 재산의 많고 적음, 근로 유무 등 어떤 조건과 상관없이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수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우리의 기초연금, 청년 수당 등도 기본소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일정 조건이 붙어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이 절대적 빈곤을 없애고 상대적 빈곤을 줄이며 자유와 평등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타고난 가정환경 등으로 불평등하게 부여된 편익의 일부를 좀 더 공정하게 공유하자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위스 국민들은 모든 성인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약300만원), 어린이에게는 625스위스프랑(약 7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76.9%가 반대해 부결됐다.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는 찬성의견도 있었지만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으며 기본 복지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우려가 훨씬 컸다.

핀란드는 올들어 생산가능인구 중 복지수당을 받는 2000명을 선정해 기본소득 월 560유로(약 70만원)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사회보장국 관계자는 “수급대상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러 나설지, 아니면 일도 안 하고 게으름을 피울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찬반논쟁의 핵심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 지난주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대선주자들이 군 복무 기간 단축과 국민 수당 지급, 일자리 창출 등 달콤한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사진=뉴시스)

 

국내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제를 비롯해 군 복무기간 단축, 재벌개혁, 수도이전 등 각종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이 공약들의 실현방안이나 재원 대책은 있는지, 실현 가능하지,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 등을 철저히 따져봐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포퓰리즘 정책은 단기적으로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결국 불확실성과 퇴보만 가져올 뿐”이라며 포퓰리즘 정책을 비판했다.

포퓰리즘 정책은 역효과만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그리스가 포퓰리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의 발상국답지 않은 오명이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말했듯 지성에서 로마인보다 뛰어난 그리스인들이 국가파산지경에 빠진 것도 포퓰리즘 공약에 현혹됐던 탓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몰락했다고 볼 수 있다.

게오르기우스 파판드레우 전 수상 정부 때 유로존에서는 처음으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두 차례나 받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어쩌면 이는 그의 업보인지도 모른다.

하버드대 경제학교수 출신인 그의 아버지 안드레아 파판드레우는 사회당을 만들어 1981년 총선에서 대승, 그보다 28년 앞서 수상자리에 올랐다. 안드레아는 8년간 수상직에 있으면서 평균-최저임금 대폭 인상, 무상교육․무상의료 추진, 복지 확대, 노동자 권리 대폭 강화 등 퍼주기식 공약을 쏟아낸 포퓰리스트였다.

그리스 젊은이들은 대학교육도 무상으로 받았지만 취업자는 절반도 안됐다.

집권 사회당은 일자리를 만든다며 공무원 수를 크게 늘렸는데 이는 공무원 연금을 지급해야하는 청구서로 되돌아왔을 뿐이다. 재정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지속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석학과 이코노미스트들은 대부분 올 세계경제 최대 리스크로 ‘포퓰리즘’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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