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트럼프가 TPP 활용해 협상력 높이지 못한 건 실수"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트럼프의 등장으로 세계 무역전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영국의 세계적 경제 저널인 이코노미스트는 31일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가 무역전쟁 없이 중국을 압박할 수단은 없는가'에 대해 언급해 관심을 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70년 동안 글로벌 무역을 통해 성장해왔는데 최근 이를 흔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연일 강도 높은 보호무역 정책을 도입하며 그에 맞서는 국가들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트럼프의 자유무역에 대한 선전포고가 단순히 중국 등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협정에서 승리하기 위한 술책인지, 아니면 경제 전쟁을 대비한 상황인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하지만 전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2위 경제대국인 중국 사이의 긴장 관계가 높아지면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경제 질서는 미국의 트럼프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어떻게 서로 합의를 이끌어낼지에 의해 주로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 두려워해야 할 것들이 매우 많다"고 언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거대한 정책 실행에 있어서 변덕스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무역에 있어서 만큼은 미국이 불리한 협상을 맺었다는 믿음을 지속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난 뒤 며칠 사이 미국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시켰다. TPP는 아시아와 미국을 접합시키려는 목적으로 이뤄진 협정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일자리를 해외로 이동시킨 미국 기업들에 거대한 '국경세'라는 위협을 가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재협상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협박들과는 달리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개방경제를 지지한다"고 주장해 대조를 이뤘지만 미국 행정부는 현재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조금을 제공해 중국 기업들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비해 외국인 기업들에는 여러 불공정 규제를 통해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트럼프가 무역전쟁 없이 중국과의 협상에 있어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다음 세 가지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무역 정책과 지정학적 대립에 있어 급작스러운 충격을 가하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는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끄집어내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시진핑 주석에게 있어 대만은 협상 불가능한 것이고 남중국해는 '핵심' 이해관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정책의 남용으로 인해 스스로에게 해가 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대통령 캠페인 기간 트럼프는 중국을 통화 조작국으로 지명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중국이 여전히 자국의 통화를 조작하긴 하지만 위안화의 지나친 급격한 절하를 막기 위한 것이지 수출업자들을 돕기 위해 약세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트럼프가 중국을 위협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높인다면 대다수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 줄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항공기, 농산품과 같은 분야에 집중돼 있어 중국 규제 당국의 보복 조치에 즉각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중국의 규제 남용을 제소하는 데 WTO(세계무역기구)와 같은 시스템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중국이 글로벌 무역의 모범생이라는 시진핑 주석의 허세를 물리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는 WTO에 중국 관련 불만사항 16개 사건을 제소했는데 단 한 건도 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이제는 물 건너 갔지만 미국이 TPP를 탈퇴한 것이 협상의 여지를 낮췄다고 지적했다. TPP는 중국의 대기오염 제재와 국영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게 될 것인데, 미국이 TPP에서 탈퇴함으로써 트럼프가 가장 유망한 방법으로부터 등을 돌린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만약 그가 진정으로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뒤흔들기를 원했다면, 그는 TPP 조항의 몇몇을 부활시키고 중국 및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 있어 그랜드바겐을 위한 기초로 활용했어야 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같은 가능성은 낮아졌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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