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주식 왕 워런 버핏과 채권 왕 빌 그로스간 시장 진단에서 지금까지는 워런 버핏의 예상이 옳았다. 채권시장이 더 밝을 것이라던 채권 왕 빌 그로스는 이제 펀드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20일 월가에 따르면 지난 5월8일 뉴욕 시장에선 한판 입씨름이 벌어졌다. 이날 미국 다우지수가 종가기준으로 사상 처음 1만5000시대를 열자 월가에선 또 다른 논쟁이 벌어졌다. 향후 시장 전망을 놓고 ‘주식이 유망하냐’ ‘채권이 유망하냐’는 입씨름이 전개된 것이다.

당시는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위험자산인 주가가 오르면 안전자산인 채권가격은 떨어지는 게 상례인데 아직 그런 조짐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무제한 양적완화(돈풀기정책) 덕분에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었고 그 바람에 주가와 채권가격이 동반상승하는 국면이었다. 계속 돈을 풀어대니 금리는 낮아지고 이것이 주식 채권에 동반 호재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래 전망은 엇갈렸다. 한편에선 어느 순간 양적완화를 종료할 때 쯤 금융당국은 금리를 올릴 것이며 그 경우 채권시장은 날벼락을 맞을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있었다. 채권 옹호론자들은 미국의 주가가 실적이 아닌 순전히 양적완화에 의해 지탱되어 왔기 때문에 주식시장 추가 상승엔 한계가 있고 채권가격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었다.

주식시장 대세 상승론의 한 중심엔 워런 버핏이 버티고 있었다. 버핏은 중장기 관점에서 볼 때 여전히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채권은 사지 말라고 권고했다. 향후 실적이 개선돼 양적완화를 종료할 때 쯤 금리가 일시에 오르기라도 한다면 이는 채권시장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버핏의 논리였다.

여기엔 로이드 골드만삭스 CEO도 동조했다. 지난 1994년 금리 급등 때 채권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듯이 그런 상황이 다시 올수 있다고 로이드는 걱정했다.

버핏 등 주식 옹호론자들은 그러면서 미국의 경기지표에 개선될 점이 많은 것은 주가 상승의 여지도 그 만큼 많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표개선을 위해 정부와 통화당국은 계속해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때마다 주가도 레벨 업 할 것이란 점을 중점 부각시켰다.

그러나 채권 옹호론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짐 로저스와 채권 왕 빌 그로스, 제프리 더블라인캐피탈 CEO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채권투자는 여전히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Fed가 양적완화를 한동안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채권에 피해를 줄 만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옹호론자들은 다만 장기국채보단 단기국채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이들이 입씨름을 벌인지 불과 두달만에 주가는 크게 올라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연 1% 중반대에 있던 10년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연 2%대 중반으로 크게 올라 채권값이 급락해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채권왕 빌 그로스가 운영하는 토탈리턴펀드 역시 적지않은 손실을 입고 채권 편입비중을 낮춰버린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주식왕 워런 버핏이 채권 왕에게 판정승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장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장이 어떤 시그널을 보내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주식시장이 더 유망해 보이지만 알수 없는 게 시장의 변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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