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들 이미 지난 5월 채권 모두 처분, 떼돈 벌고 느긋

뉴욕 월가에서 진정한 채권왕은 빌 그로스가 아니라 미국 대학들이었다. 적어도 올들어 채권 투자게임에서 미국 대학들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월가의 내로라하는 채권전문가들을 무색케 했기 때문이다.

21일 월가에 따르면 올해 채권투자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곳은 다름아닌 미국 대학들이다. 이들은 지난 5월 초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1%대로 뚝 떨어져 채권값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들고 있던 채권을 대거 매각해 떼돈을 벌어들였다. 스탠포드, 하버드, 듀크대 등등이 바로 그들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대학은 월가의 대표적인 큰 손중 하나로 꼽힌다. 돈 많은 대학들이 주식이나 채권시장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증권투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탠포드는 170억달러 정도를 운용하고 있고 듀크대도 5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증시에서 굴리고 있다. 하버드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대학이 지난 5월9일(이하 미국시각) 국채 매각에 적극 나섰고 이 바람에 뉴욕 증시 또한 출렁거렸다.

이와관련, 시장에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임기만료와 양적완화(돈풀기정책) 출구전략을 앞두고 시장을 관망하기 위해 대학들이 보유 국채를 내다 판 것”으로 진단했다. 그리고 이들 대학의 판단은 그대로 적중했다. 당장 버냉키가 한달여 뒤인 6월19일 양적완화 연내 축소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한때 연 2.7%대까지 치솟는 등 채권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해 비하면 월가의 내로라 하는 채권 전문가들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빌 그로스 조차 채권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고 ‘상처입은 사자꼴’이 된 것이다.

빌 그로스 핌코 공동 CEO는 지난6월27일 채권시장을 ‘침몰하지 않을 배’에 비유하면서 “지금은 채권시장이라는 배에서 뛰어내릴 때가 아니다”면서 채권투자자 달래기에 나서야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채권시장에서 발을 뺄 것이라면 이미 자신이 6주전에 ‘채권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려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을 때 떠났어야 했다”면서 사실상 대학들이 채권을 처분했던 판단이 옳았음을 간접시인 했다.

그러나 미국 채권 전문가 중 낭패를 본 사람은 비단 ‘빌 그로스’만이 아니다. 역시 채권 전문가인 ‘짐 로저스’와 ‘제프리’ 더블라인 캐피탈 CEO도 미국 대학들이 채권을 처분하던 지난 5월8일 무렵 “채권시장은 여전히 유망한 시장”이라고 떠들었다가 불과 한달여 뒤 채권값이 폭락하면서 망신을 당한 케이스다.

그리고 미국 채권금리는 이달에도 고공행진(채권가격 하락세)을 계속하고 있어 이들 채권 전문가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런만큼 이제 월가에서 진정한 채권왕은 미국 대학들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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