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때 역외환율 폭등 잠재운데 이어 또 다시 '입신지경'의 한마디 과시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강석훈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유일호 부총리가 연속해서 입신(入神)(?) 경지의 환율 신공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 경제부총리 가운데는 외환보유액을 탕진할 정도로 쏟아붓고도 환율 변동을 막지못해 국가부도 위기를 초래한 사람도 있는데, 유 부총리는 오로지 말과 산업현장 탐방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환율을 이끌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경제장관회의 후 인터뷰에서 100엔 대비 원엔환율이 1000원 아래로 내려간데 대해 “이 상황이 지속될 것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엔화가치 절상기조는 주춤한 반면, 원화가치는 계속 절상돼 15일 서울과 국제외환시장에서 100엔 대비 원엔환율은 999원대로 내려갔다. 원엔환율이 하락하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품이 일본제품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원화의 미국달러 대비 환율은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대비 0.7원(0.06%) 하락하며 1141.5 원에 마감됐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환율은 16일 오후 4시53분(한국시간) 현재 1달러당 113.98 엔으로 전날보다 0.16% 하락했다. 이에 따라 원엔환율은 1001.49 원으로 올라섰다.

언뜻 보면 국내 딜러들보다 국제시장 딜러들 덕택에 원엔환율이 다시 1000원대를 회복한 듯하다. 이것을 ‘해외 딜러들까지 유 부총리 우려 발언을 의식한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유일호 부총리 발언이 전해진 후 상당한 경계감이 확산됐다고 한 딜러는 전했다. 이 딜러는 “최근 들어 보기 드문 환율 관련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딜러들은 원엔환율을 상당히 의식하면서 원달러 거래에 나섰다고 그는 전했다.

원화환율의 이날 첫 거래는 전날보다 9원 넘게 하락해 원화강세가 지속되는 듯 했지만, 마감 때 낙폭이 0.7원으로 대폭 축소된 것은 부총리 발언에 대한 경계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최근 산업체 탐방을 통해 환율 불안을 잠재운 적도 있다.

그는 설 연휴가 아직 끝나지 않은 지난달 30일, 인천의 수출기업을 사복차림으로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1월 수출 실적이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이 때, 설 연휴가 없는 해외 시장에서는 원화의 선물환율이 15원 이상 치솟고 있었다.

그러나 연휴 직후 열린 서울 외환시장에서 수출기업들의 달러가 계속 공급되면서 환율 폭등은 ‘역외에서만의 폭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기업들이 수출해서 받은 달러를 아껴둘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시장에 마음 놓고 내놓을 수 있도록 유 부총리가 적기의 신호를 보냈다는 ‘결과론적인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에는 국책은행 구조조정 펀드로 여야를 초월한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지탄을 초래했던 유일호 부총리지만, 올해는 전혀 다른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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