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제완화 등 절실...기업들도 일감몰아주기 등 개선해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1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일부 기업 이익 증가세가 고무적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위기 국면에서 이뤄낸 결과여서 더욱 반갑게 들린다.

세계 경제가 지난해 말 이후 회복 국면을 타면서 해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얼음장 같이 차갑던 중소기업 현장에서도 조금씩 다시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낙관적인 얘기가 들린다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을 보면 그리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듯하다. 스트롱맨들이 대치하면서 우리 경제에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는 불확실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압박만 해도 그렇다. 사드는 명백하게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지만 양국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한국 경제는 넛 크래커(nut-cracker) 속에 끼인 호두 신세로 전락했다. 여기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현재 진행형으로 점차 강도를 높여갈 태세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7일 실적 발표에서 서프라이즈한 결과를 내놓아 실적에 목 마르던 투자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삼성전자는 9조9000억 원, LG전자는 9215억 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해 근래 들어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50% 정도를 담당하던 스마트폰 분야가 주력 제품의 단종 속에서 이뤄낸 결과여서 의미가 새롭다. 반도체, OLED 등의 장치산업이 견고하게 받쳐주고 있는 덕분이다.

올해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8이 가세하는 2분기부터는 분기당 1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럴 경우 한 해 영업이익은 50조 원에 육박하고 매출 역시 200조 원 언저리를 맴돌던 것에서 한 단계 점프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른바 삼성전자의 전성시대다. 이에 따라 주가 역시 200만 원대 중후반을 향한 질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증권가의 진단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도 답답한 정체국면을 뚫고 올해는 가보지 못한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프라이즈한 실적을 연이어 달성하며 성장가도에 탄력을 붙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미 1조2000억 원가량의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한 포스코를 비롯해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도 탄탄한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예상을 뛰어넘는 긍정적인 실적 발표는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 회복세에 활력을 주고 경제가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기업들의 무서운 성장세는 우리 기업의 앞날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200조 원 넘는 반도체 투자를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한 대굴기를 도모하고 있다는 소식은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 분야 본격 진입이라든지, 스마트폰 기업들의 빠른 약진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 기업들의 입지를 크게 흔들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중국의 반도체 투자 규모가 200조 원을 넘는 등 장기적으로 굉장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이미 중국 기업의 자동차 굴기를 통한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는 하나의 사례라고 여겨진다. 사드 압박이라고는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 기아차의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지난 3월엔 판매량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 빈자리는 대부분 중국 현지 기업들 차지가 되고 있다고 하니 향후 잃어버린 점유율을 찾아오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출범 30주년을 맞는 현대차 노사가 힘을 합쳐 비상한 마음으로 위기국면에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는 이유다. 여기에 최근 창립 50돌을 맞아 국내 최대규모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를 완공하고 본격 영업을 실시한 롯데그룹은 중국 정부의 전방위 압박으로 현지 사업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은 물론 캐시카우이던 국내 면세점 사업에서 성장 절벽이 예상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일부 기업 실적에서 볕이 들기 시작했지만 우리 기업들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은 만큼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 비상 국면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보완관계를 이루며 우리 경제에 낙수효과를 제공하던 중국 경제가 무서운 추격자로 변신해 경쟁관계로 변모하고 있는 점은 쉽게 흘려보낼 일이 아니다. 정치권이나 정부의 대응도 한 단계 변화된 발상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이미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염두에 둔 ICT 분야 투자에서는 중국이 우리를 앞질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더우기 중국 정부는 우리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OLED 등 장치산업에서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ICT 산업의 기초체력을 완비해 선진 기업들과 정면 전쟁을 치를 태세여서 우리 기업들의 성장동력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치권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염두에 두고 큰 그림을 그려 대응할 필요가 있다. 반기업 정서에 기대 과도한 기업 때리기나 규제에 나서기보다는 기업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친기업 정책이나 규제 완화조치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이익 증가세를 계속하며 미래 투자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모처럼 찾아온 기업들의 실적 증가를 좋은 기회로 활용해 다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기업들도 일감몰아주기 등을 스스로 없애가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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