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그랜드 슬램 달성 앞두고 많은 방해 등장...그러나 모두 내탓으로 돌려

박인비가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최종합계 6오버파라는 근래 보기 드문 부진한 성적을 적어내면서 세계 골프사상 최초의 캘린더 그랜드슬램(메이저대회 4개 대회 연속 우승)달성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성숙한 모습은 또 한번 세계 골프계의 심금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회동안 변덕스런 날씨, 갤러리 방해, 주변의 성가심, 이례적으로 느린 그린 속도 등 박인비의 대기록 달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아주 많았지만 그는 오로지 “모든 게 내 탓”이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5일(한국시각) 美LPGA에 따르면 이날 끝난 2013 브리티시 여자 오픈(총상금 275만달러)에서 최나연(26·SK텔레콤)과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이 최종 합계 6언더파로 공동 2위를 기록한 가운데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퍼트 부진으로 6오버파 42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로써 지난 4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6월), US여자오픈(6월)까지 시즌 3개의 메이저 대회를 연속 제패한 박인비는 결국 이번 대회에서 '캘린더 그랜드슬램' 달성에 실패했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은 박인비에 이어 세계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최종합계 8언더파)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박인비는 비록 대기록 앞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주변에 많은 감동을 남겨줘 골프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1라운드 때 한 갤러리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바람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와중에서도 “갤러리들이 날 따라와 응원해 줘서 고맙다”는 말로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대회 시작 전부터 스코틀랜드 현지에선 수도 없이 그를 향해 “세계 골프 사상 최초로 캘린더 그랜드 슬램에 도전하게 됐는데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공세를 펼쳐 왔지만 단 한차례도 짜증내는 일 없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예봉을 피해 나갔다.

이어 대회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도 “강풍으로 골프장 잔디를 짧게 자르지 않아 퍼팅그린이 지나치게 느려져 적응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 또한 적응하지 못한 선수 잘못이 크다”고 자책했다. 그는 잘 알려진 대로 빠른 그린에 강한 선수다. 하지만 느린 그린에 적응하지 못한 것 또한 자신의 탓으로 돌려가며 다음 기회를 약속해 눈길을 끈 것이다.

그는 올해부터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에비앙 마스터스에 어떤 자세로 임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크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며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부족함을 메워가며 차분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인비의 이같은 ‘자기 탓’ 발언은 틈만 나면 ‘남의 탓’을 부각시키며 정쟁을 일삼는 한국 정치권에도 심금을 울려줬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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