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통찰력(시리즈 7)...원더브라 광고의 교훈

▲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지금 우리나라의 인터넷 언론 환경을 보면 광고의 선정성 문제가 심각하다.

포털사를 경유해서 뉴스가 소비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용자의 관심을 끌어 인터넷신문의 트래픽을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렇지만 선정적 광고에 대한 수용자의 불만은 쌓여만 가고, 이로 인해 인터넷신문의 신뢰도는 계속 추락해 결국 트래픽이 다시 떨어져 경영의 어려움이 배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형국이다. 선정적 광고를 내보내는 매체사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지만, 그런 광고에 비용을 대는 경영자의 판단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성적 의미를 내포하는 선정성(煽情性)은 광고나 방송은 물론 여러 콘텐츠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포괄적 개념이다.

이용자를 확대하기 위해 사건, 사고, 폭력, 스캔들, 부정부패, 사회 문제, 성적 내용을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선정성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한다. 꼭 필요하지 않는데도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일까? 꼭 그런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

성적 소구는 광고학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보편적인 표현 기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광고를 노골적으로 야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노골적인 표현이 충분히 허용될 브라 광고에서 선정성을 자제함으로써 오히려 주목을 끌었던 사례도 있다. 원더브라(Wonderbra) 광고에서 성적 소구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보자.

사라리(Sara Lee)사의 원더브라 광고 ‘뉴턴’ 편(1994)은 기발하다. 영국에서 집행된 이 광고의 비주얼은 체코 출신의 모델 에바 헤르지고바가 검정색 브라를 하고 정면을 응시하는 게 전부다.

이 광고가 야한가? 사진 바로 밑에는 “뉴턴은 틀렸다(Newton Was Wrong)”라는 헤드라인을 썼다. 뉴턴이 틀렸다니?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순간, 뉴턴이 만유인력(萬有引力) 법칙을 발견했다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질량을 가진 물체 사이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 그리고 지구의 중력 때문에 모든 사물은 아래로 떨어지는 성질이 있는데, 원더브라는 가슴을 받쳐 올려주니까 뉴턴이 틀렸다는 것이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역으로 이용해 브래지어의 ‘푸시업(push-up)’ 기능을 강조한 셈이다. 기회만 되면 하나같이, 가슴을 모아주고 올려준다는 우리나라의 브라 광고와는 차원이 다르다.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이 광고는 1994년에 영국에서 전개한 원더브라 캠페인의 시리즈로 선을 보였다. “헬로 보이즈(Hello Boys)”나 “아빠의 끔찍한 악몽(Your Dad’s Worst Nightmare)” 같은 광고가 “뉴턴은 틀렸다”와 함께 집행되었다. 영국 여성들은 열광했다. 광고에 격조가 있고 처지지 않는 ‘꿈의 가슴’을 만들어 줄 것 같다는 기대감에서였다. 영국 여성의 70퍼센트가 원더브라를 입어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였다.

이 광고의 성공요인은 기존의 브라 광고와는 달리 가슴을 성적으로 은밀하게 묘사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면서도 카피 파워가 강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 후 북아메리카와 유럽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광고 활동을 전개한 결과 15초에 한 개 꼴로 원더브라가 팔려나갔다. 1994년에 북아메리카 시장에서만 1억 2000만 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미국에서는 울트라브라 (Ultrabra)나 미러클 브라(Miracle Bra) 같은 아류 상품도 나왔다. 광고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원더브라가 세상을 구할 것인가?”(San Francisco Chronicle, 1994. 8. 15) 같은 언론 보도도 자주 나왔다.

사실 원더브라는 1955년에 미국에 상표등록을 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1964년에 캐나다의 디자이너 루이스 프와리에(Louise Poirier)가 푸시업 디자인을 개발하면서부터 조금씩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보통의 브라가 25가지 요소로 만들어졌다면 푸시업 브라는 54개의 구성요소로 만들었기에 더 탐스러운 가슴을 만들어준다고 했다. 브라 컵이 언더와이어, 정밀하고 팽팽한 어깨 끈, 움직이는 패드의 3요소로 구성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원더브라 회사에서는 의사나 여성 전문가를 활용한 홍보 활동을 통해 가슴 확대 수술이 유방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하면서 원더브라의 푸시업 기능을 강조했다.

원더브라 광고는 풍만한 가슴을 보여주면서도 선정적이지 않다. 광고 심의에서는 신체 노출, 성적 행동 및 신체 접촉, 선정적 언어라는 세 측면에서 선정성 여부를 따진다. 신체 노출은 TV 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 전라, 반라, 목욕, 속옷, 수영복 노출을 하는 노골적인 표현이다. 성적 행동 및 신체 접촉은 성적인 연상을 가능하게 하는 자세, 시선, 실제 모델 간의 신체 접촉, 성행위 등이다. 선정적 언어는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는 성적 표현, 직접적인 성행위 언급, 유혹성 언급, 성적 관심의 표현, 중의적 표현이 포함된 성적 은유, 성행위를 암시하는 신음소리 등이다.

현재 선정적 광고에 대해 ‘제도적 규제’와 ‘자율적 규제’를 병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내용 등급에 따라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청소년 유해 콘텐츠를 심의하고 결정한다. ‘노출’, ‘성행위’, ‘폭력’, ‘언어’ 같은 4가지 영역을 5단계(0~4단계 등급)로 구분해 심의하지만 시장에서의 선정성 속도는 언제나 심의 기준을 앞질러간다.

이제, 경영자들이 선정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때다. 방법은 쉽다. 선정적 광고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면 된다. 선정성으로 물든 광고는 기업의 브랜드 자산을 구축할 수 없고 말초신경만 자극할 뿐이다. 소비자들 역시 그런 곳을 선정적 회사로만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뉴턴만 틀린 게 아니라, 선정적 광고를 좋아하는 당신 회사도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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