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근 30년 만에 중국 신용등급 하향... 금융시장엔 우려했던 후폭풍 '미약'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을 근 30년 만에 처음으로 강등하면서 우려됐던 후폭풍은 나타나지 않았다. 최소한 당일인 24일의 금융시장만 놓고 보면 그렇다.

불안심리가 증폭되면 아시아 최대안전통화인 엔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서 엔화환율이 급락하기 마련인데, 이날 엔화환율은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오후 3시43분(한국시간) 현재 0.11% 올랐다.

원화환율은 0.23% 상승했다. 그러나 이 또한 중국의 신용등급 강등보다는 미국 달러 자체의 강세가 더 큰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은행권의 한 딜러는 “아침에 중국 신용등급 뉴스가 전해졌지만, 여기에 반응하며 거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비교적 크게 반응한 것은 호주달러다. 호주는 중국의 주요교역국으로 호주달러는 중국 경제상태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지표로도 간주되고 있다.

호주달러가치는 1호주달러당 0.7457 미국달러로 전날보다 0.28% 하락했다.

로이터가 전하는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은 이미 중국시장에 대해 조심스런 접근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랄 뉴스는 아니라는 것과 무디스의 향후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여 이번 조치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것 등이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담당자인 매리 디런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금융시스템의 위험도에 대해 “크게 보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시아 금융시장은 중국의 신용등급보다는 미국의 감세 추진 상황을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예산안 일부를 공개하면서 다시 금융시장이 미국의 감세와 지출확대 정책을 주목하고 있다. 한동안 발목을 잡았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과 ‘러시아 커넥션’은 다소 후퇴한 모습이다.

무디스는 24일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향후 수년간 중국의 재정적 역량이 저하될 것”이라며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등급 하향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신용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중국 재무부는 1989년 이후 최초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에 대해 “부적절한 조사방법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디스는 중국정부가 공급 측면을 중심으로 경제체질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주목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정부의 부양정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향후 부채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늘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지긴 했지만 이는 여전히 일본과 같은 대단히 우량한 수준이다. 무디스가 지난해 3월 중국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것이 이번에 실현된 측면도 있다. 또다른 주요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같은 달 중국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S&P는 중국에 대해 아직 AA-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중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중국 관련 교역과 관광객 방문이 급감하는 고난을 겪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중국 신용등급 하향에 대한 면역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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