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제 더 한층 어려운 외교문제까지 주어졌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 러시아와 이란을 추가한 법안이 상원에서 98대2의 압도적 표결결과로 통과됐다.

러시아가 제재에 포함된 이 법안은 단순히 미국 및 동맹국들과 다른 적대국들의 대결구도로는 접근할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다. 미국의 동맹인 유럽 국가들까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압도적 표결결과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미 있는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강경한 제재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색적인 것은 상원에서 반대표결을 한 두 명 중 한 명은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 의원이란 점이다.

러시아는 이미 통과가 확실시됐던 제재법안에 대해 냉소를 보내는 한편으로 아직 최종적인 반응은 유보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언론인 스푸트니크는 28일 기사에서 “51표면 충분할 제재법안이 98대 2로 통과됐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이에 대해 미국이 ‘지정학적 이점을 경쟁적 갈등에 활용하고 동맹국을 희생시켜 자신만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명백한 시도’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스푸트니크는 “원래 북한을 대상으로 했던 법안에 러시아와 이란이 추가된 것인데, 백악관이 제재를 완화하거나 강화하는 경우 모두 의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특히 백악관만의 제재 완화가 어려워진 것을 주목하는 것은, 그동안 트럼프 정권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선거 때부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 대해 정서적 호감을 밝히면서, 그가 집권할 경우 2014년 크림반도 병합에 따른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상황은 반대로 전개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지난해 말, 러시아가 미국 대통령선거에 해킹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로서는 미국으로부터 얻어내야 할 것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는, 미국 내 반러시아 감정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우호 회복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국가에 대한 오만함을 묵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크렘린은 “법안의 자세한 내용을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적 입장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법안이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독일 정부도 “유럽의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 표적이 돼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파리기후협약 탈퇴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분담금 때문에 유럽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현저하게 악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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