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속 엔화는 절하...자동차 철강 등 수출종목 민감 반응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강세 흐름을 타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와 시리아 공습 가능성 확대로 여타 신흥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점에선 크게 반길만한 요소이나 다른 한쪽에선 우리의 수출 경쟁국인 일본 엔화가치가 하락세로 전환되고 있어 우리시장에 또다시 ‘엔저 트라우마’를 안겨줄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미국 통화당국의 양적완화 축소 의지 표명 후 한때 신흥국 위기가 불거질 때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50원 수준까지 치솟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달리 아주 건재한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외국인들의 원화표시 자산(주식 채권 등) 선호 현상이 부각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100원선마저 하향 돌파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금융계 일각에선 최근의 추세대로라면 연내에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큰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물론 이는 우리 경제 전체에 나쁘지 않은 흐름으로 간주되고 있다. 원화가치 강세 흐름 속에 외국인들은 환차익까지 기대하며 한국주식시장에 좀 더 머물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자동차, 조선, 그리고 경기민감주 쪽으로 대상을 바꿔가며 꾸준히 한국 주식을 사들여 왔다. 또 이것이 원화가치를 강세로 전환시켰고 더불어 이제는 원화가치가 더 오를 것에 대비, 환차익까지 겨냥한 투자흐름도 감지되고 있는 양상이다. 아울러 이런 현상은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더라도 한국시장이 받는 충격은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는 안도감까지 키워주고 있다.
 
그러나 걱정되는 점도 있다. 최근 미국 달러화 대비 유로화가치가 약세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엔달러 환율이 99엔대 후반까지 올라 한국의 걱정을 키워주고 있다. 조만간 달러당 100엔대 진입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와 한국 시장이 다시 엔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 자동차와 철강주의 주가는 부진한 반면 일본 자동차와 철강주의 주가는 다시 힘찬 상승세를 보인 것도 이같은 엔저 트라우마 가능성과 연관돼 우리를 불안케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단 단기적으론 9월6일 미국의 8월 고용지표 발표 등 대형 이슈를 앞두고 한국 증시가 잠깐 쉬어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뿐 아니다. 미국 최대주식투자기관인 블랙록에 따르면 8월중 ETF(상장지수펀드)에서 15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돼 이중 90억달러가 유럽에 유입된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또한 UBS가 미국보다 유럽주식시장이 더 양호하다며 유럽주식은 지금 35%나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울러 한국을 제외한 신흥국 자금 또한 유출돼 유럽 쪽으로 흘러들고 있는 점도 한국을 긴장케 하는 대목이다. 전 세계 자금이 지나치게 유럽쪽으로 흘러들 경우 한국에게도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진단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국내증시 일각에선 당분간 유럽주식에 투자하다가 9~10월 글로벌 위기 국면이 지난 후에 한국 주식에 다시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란 견해마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한 가지 마음이 놓이는 것은 글로벌 자금이 유럽으로 쏠리는 와중에도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디커플링(탈 동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신흥국의 불행이 한국의 행운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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