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2% 인플레 불가능, 금리는 낮게 유지하면서 재정정책에 의존할 듯"

▲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임기가 내년 2월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임기도 내년 4월에 끝나게 된다. 주요 경제국인 미국과 일본의 통화와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두 수장이 임기를 마치면서 그들의 교체 여부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옐런 의장의 경우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구로다 총재는 연임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상태다.

이에 대해 세계 최대 채권운용기관인 핌코는 1일 분석 자료에서 “구로다 총재가 연임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책에 있어서는 다소 변화가 예상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일본 중앙은행 총재의 다음번 행보를 이해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로다 총재를 포함해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현 내각은 유례없는 통화완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지만 가까운 미래에 일본 중앙은행이 목표로 하고 있는 2% 인플레이션 달성은 힘든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날 자료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의 법적인 임무는 1997년 일본 중앙은행법에 명시돼 있는 대로 물가 안정과 금융 시스템 안정이다. 하지만 이 법안을 보완하기 위해 일본 중앙은행과 일본 정부는 구로다 총재가 임기를 시작하기 3개월 전인 2013년 1월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 상승하는 것을 물가 안정의 주요 목표로 정했다.

이와 관련, 구로다 총재가 이끈 일본 중앙은행은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지 다 한다는 자세를 견지했지만 여전히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만 해도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치고, 변동성이 높은 신선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0.1%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일본 중앙은행은 2%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시기를 2019년으로 연기했다.

핌코는 이런 부진한 일본의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에 임명될 총재로 구로다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 중앙은행의 2%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공식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대신 일본 중앙은행이 소비자물가지수가 2% 미만으로 상승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포함해 더욱 유연한 방식으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다룰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핌코는 2% 목표치 달성이 힘든 원인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장수(長壽)는 은퇴자들이 임금이 삭감되거나 혹은 임금이 더 낮은 유연 근무제로 일을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로서 고용시장에 돌아오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일자리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임금 상승률에 압박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기대수명 연장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안 좋은 전망으로 인해 젊은 근로자들이 임금 상승을 요구하거나 혹은 임금이 더 높은 직업으로 이직을 하는 위험을 감내하기보다는 고용 안정을 대가로 임금이 거의 상승하지 않거나 또는 아예 상승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장수와 더불어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안 좋은 전망은 예비적 저축을 부추긴다. 가계 저축률이 지난 10년 동안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상승했는데, 특히 가장 젊은 연령대(29세 이하)에서 크게 상승했다. 젊은 세대들은 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소수가 되고 있고,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이 일생 동안 기여하는 것보다도 더 낮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핌코는 일본 정부가 건전한 공급측 개혁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보장제도는 덜 가혹한 세대 간 부의 이전과 더불어 젊은 세대들이 더욱 자신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 규제 또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도록 수정되고, 이에 따라 더 나은 자원배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핌코는 하지만 이처럼 긍정적인 개혁은 단기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장기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치적 모험은 할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현실에서 재정정책이나 혹은 또 다른 수요 측 정책이 앞으로 통화정책과 협력해 나오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정책의 중심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일본 중앙은행은 더 이상 정책을 주도하지 못할 것이고 경기하락 시에 재정 부양책이 선호되는 방향으로 수정될 것이다.

여기에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보조를 하면서 일본 정부의 부채 관리를 돕기 위해 서서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일본 중앙은행의 또 다른 임무인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것에 부합한다.

핌코는 “일본 중앙은행의 차기 총재가 누가 되든지 간에 일본 중앙은행은 정책에 대해 후선으로 물러나고, 채권 수익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며,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대해 더욱 유연해진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어떠한 조정 과정이 있더라도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소비자물가지수가 1% 가까이 상승할 때까지 조정 과정이 시작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에, 일본 중앙은행의 유동성이 글로벌 시장에 계속해서 작은 지원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