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로동신문 1면 통해 성명서로 대응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UN총회에서 북한의 완전파괴 발언을 한 것이 결과적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선물(?)이 됐다. 북한의 체제결속을 위한 계기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2일 북한 로동신문 1면을 통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발표된 이 성명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라고 표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표현을 “the mentally deranged U.S. dotard”로 번역하고, 기사를 작성한 애나 파이필드는 ‘dotard’라는 단어에 대해 ‘정신능력 감퇴를 보이는 사람; 심약하거나 바보 같은 노인(a person exhibiting a decline in mental faculties; a weak-minded or foolish old person)’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력대 그 어느 미국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이었다고 비난했다. 이를 로동신문 1면을 통해 직접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위기의식을 높이고 있다.

그는 “미국 집권자의 발언은 나를 놀래우거나 멈춰 세운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으며 끝까지 가야 할 길임을 확증해 주었다”고 밝혔다. 현재의 세계정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자신이며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행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그런 사람이어서 위협 발언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속내도 보인다.

“나는 그래도 세계최대의 공식 외교무대인 만큼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가 이전처럼 자기 사무실에서 즉흥적으로 아무 말이나 망탕 내뱉든 것과는 다소 구별되는 틀에 박힌 준비된 발언이나 할 것으로 예상하였다”며 “오늘 나는 미국대통령선거 당시 트럼프를 두고 ‘정치문외한’ ‘정치이단아’라고 조롱하던 말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고 김 위원장은 밝혔다.

그는 “트럼프에게 권고하건대 세상을 향해 말을 할 때에는 해당한 어휘를 신중하게 선택하여 상대를 보아가며 가려서 하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UN 총회연설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협상을 위한 미치광이 전략’으로도 풀이하고 있다. 만약 미국과 북한 간 일종의 접촉이 진행 중이라면, 북한의 요구조건을 낮추기 위한 언행이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선 트럼프의 반응을 자신을 중심으로 한 체제결속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최고지도자들이 서로를 언급하며 거칠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4번째 임기가 유력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재역할을 맡겠다고 나섰다. 미국 중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이 4강의 한 축으로 한반도 정세에 나서고 있다.

거친 대결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지만, 전에 없는 변수도 하나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날엔 돌연 북한에 관한 모든 것을 잊고 하루 종일 ‘멕시코 장벽’을 세우자는 트윗만 올리고 있으면 어떡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이한 행보에 대해 진작부터 주목하고 있었음이 김정은 위원장의 성명에서도 엿보인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