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갑수 전 금감원 부원장 "지난 10년 저성장, 금융도 책임있다"

▲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 회장은 민간 출신 금융당국자의 경험을 갖고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대학과 민간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1998년 금융감독원이 설립된 후 영입돼 부원장까지 지냈다.

오갑수 회장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제시하는 금융정책 방향은 금융 역시 누적된 적폐를 해소하고 난 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를 금융이 제대로 알아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금융의 삼성전자’가 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갑수 회장은 27일 국회 도서관에서 글로벌금융학회의 세미나를 주최한 자리에서 지난 10년간의 저성장에 대해 금융이 실물경제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 경제는 대규모 토목사업과 같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쓰면서 성장하는 것에는 한계에 이르렀고, 금융적 안목을 통해 내실 있는 성장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이 교훈은 2008년부터 크게 퇴색됐다. 금융은 실물경제의 보조수단일 뿐이라는 1970년대 식 사고방식이 다시 확산됐다.

이렇게 9년을 보낸 한국의 경제에 대해 오갑수 회장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가계와 기업부채가 증가해 양극화의 참담한 현실이 고착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금융기관과 대기업이 취약한 지배구조를 갖게 됐고,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경영자가 비효율적 운용을 하고 그 결과와 실패에 대한 시장규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구체적으로 언급을 안했지만, 그동안 특히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 연이어 낙하산 인사가 부임해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쳤고, 국민연금의 석연찮은 투자결정이 법적 문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국내 시장규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것과도 일치하는 지적이다.

오갑수 회장은 이와 함께 규제완화를 통해 IT인프라와 금융 통신의 서비스 산업이 결합하면 다시 5%대 성장의 경제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국내 스타트업 회사에 대한 금융의 지원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기사와 같은 실시간 내비회사가 카카오에 수 백 억 원대에 매각됐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이와 비슷한 회사가 영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1조원에 매각됐다고 그는 비교했다.

금융이 부동산담보대출이나 하면서 돈을 벌려고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중소기업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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