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 경제기자의 ‘추석 연휴’ 이야기가 있는 길 걷기 <시리즈-3>

[초이스경제 윤광원 기자] 기자는 트레킹이 취미다. 그렇다고 멀리 다니지는 않는다. 그저 수도권,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들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것도 ‘이야기’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기자처럼 직장인이 손쉽게 닿을 수 있는 ‘경제적인 코스’ 들을 걷고 있다. 열흘에 달하는 긴 추석연휴, 기자의 ‘경제적인 발걸음’ 들을 10편의 시리즈로 옮겨본다. <필자 주>

일산 신도시의 한복판에 있는 정발산(鼎鉢山)은 높이가 100미터도 채 안 되는 87m의, 산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곳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위치한 산이다. 한자 표기로는 正鉢山, 鼎發山이라고도 한다.

산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첫째는 산 밑 마두 1리에 정씨가, 그리고 마두2리에는 박씨가 각기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기 때문에 산 이름을 ‘정박산’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정발산이 되었다는 설이다.

둘째는 정씨 성의 판서가 조상 묘소를 이 산에 모시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산에 꽃이 만발하게 피었다고 해서 정발산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발산은 한자음변(漢字音變)된 표기명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일산 신시가지의 중앙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일산에서 가장 높은 주산이며 유일한 녹지공원으로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곳으로 사랑받고 있다. 마두1동, 마두3동, 그리고 장항2동에 걸쳐 있다. 정상에서는 일산 신시가지와 호수공원(湖水公園)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정발산에서 내려다본 풍경. /사진=윤광원 기자

정발산 일대에는 6만4000평의 대규모 시민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정발산 중앙공원이다.  소나무, 잣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자연 식생이 잘 보존되어 꿩, 다람쥐는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여러 마리가 서식한다. 토끼, 올빼미, 오소리가 발견되기도 한다. 곳곳에 각종 체육시설이 있어 운동과 삼림욕을 겸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우측에 바로 등산로 입구가 있다.  하지만 바로 올라가면 멋진 전통정원(傳統庭園)을 놓치게 된다. 미술관, 음악당, 도서관, 공연무대가 모여 있는 ‘고양아람누리’ 뒷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정원이 나온다. 멋들어진 정자와 연못, 물레방아가 등산객을 기다린다.

그 옆으로 등산로가 있다. 울창한 숲 사이로 산책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정발산은 높이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정상이 나타난다. 정상에는 전통적인 누각 건축기법으로 지어진 평심루(平心樓)가 있다.

누각에 오르면, 앞이 확 트이면서 일산신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누각 이름처럼 마음이 평안해진다. 일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엔 가운데 소나무 한 그루가 시계를 반반씩 나누며 자라고 있다.

정발산 정상에서는 2년에 한 번씩 도당(都堂)굿이 벌어진다. ‘말머리 굿’이라고도 부르는 도당굿은 경기 북부지역 도당굿의 계보를 잇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 질병 예방을 기원하며 봄철에 길일을 잡아 행해진다. 5명의 무속인과 악사 등 10여 명이 참여하는데, 이들은 고양지역에서 대대로 그 일을 이어가고 있다.

도당굿의 유래에 대해서는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한 노인의 꿈에 붉은 옷을 입은 동자가 정발산으로 다가오자 산신령이 꾸짖어 쫓아버렸는데, 당시 주변 마을들은 모두 괴병이 돌아 많은 사람이 죽었으나 정발산 아래 마을만 무사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인이 꿈에서 본 정발산 산신령(山神靈)이 괴병을 쫓아버렸다며, 산신령을 모시는 도당굿을 지내게 됐다고 한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포장도로가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숲길을 걸으면, 배수지를 이용해 만든 ‘정발산파크’ 골프장이 있고, 갈림길에서 계속 왼쪽으로 가면 생태연못이 나온다. 2개 연못가에 갯버들과 꽃창포 등 29가지 초목이 식재돼 있어, 수변 생태관찰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생태연못을 지나면 곧 공원 입구다. 반대쪽으로 대로를 건널 수 있는 예쁜 육교가 있다.  길을 건너면 바로 ‘밤가시공원’이다. 예로부터 정발산 주변에 밤나무가 많아 온통 밤 가시 천지였다고 해서, 이런 공원 이름이 붙었다.

정발산에 와서 북쪽 끝, 저동고등학교 맞은편에 있는 ‘밤가시 초가’를 보지 못하면 손해다.

경기도 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된 밤가시 초가(草家)는 조선후기 중부지방 전통적인 서민 농촌주택의 전형적 구조를 보여준다. 대략 150년 전에 지어진 초가집으로 추정되는데, 목재는 모두 밤나무를 사용했다.

밤가시 초가 밑 고풍스런 기와집이 멋스러움을 더한다. 고양시 민속전시관인 이곳에선 밤가시 초가를 비롯한 고양시 일대 민속에 대한 문화해설 등 각종 프로그램이 연중 펼쳐진다.

밤가시공원에서 조금만 더 가면 경의중앙선 철길이 나오고, 그 건너가 유명 카페촌인 ‘애니골’이다. 행정구역상 풍동인 이곳이 1970년대부터 널리 알려졌던 ‘백마(白馬)’ 카페촌이다.

당시 ‘애니골’이란 카페가 유명해지면서 이 동네까지 애니골로 불리게 됐다는데, ‘화사랑’, ‘이종환의 쉘부르’를 비롯해 오랜 전통과 명성을 지닌 맛 집들이 즐비하다. 20~30대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대로, ‘7080세대’는 또 그들대로, '맛과 멋' '사랑과 낭만'을 즐기려 이곳에 모여든다.

다시 정발산을 넘어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정상을 지나 가장 긴 능선길을 택했다.
도중에 있는 ‘연리근’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서로 합쳐지는 현상을 연리(連理)라 한다. 뿌리가 붙으면 ‘연리근(根)’, 줄기가 붙으면 ‘연리목(木)’, 가지가 붙으면 ‘연리지(枝)’라 부른다. 이렇게 두 몸이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각각 부모의 사랑, 부부의 사랑, 연인의 사랑에 비유되어 ‘사랑나무’로도 불린다. 이 정발산의 연리근은 잣나무 2그루의 뿌리가 서로 하나가 됐다.

좀 더 내려가면 정발산역이다. 걷기코스가 좀 짧아 아쉬운 사람은 가까운 일산호수공원을 도는 것도 좋다. 애니골에서 인근 경의중앙선 백마역을 이용, 서울로 돌아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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