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기획] "몸을 다스리면 마음도 따라온다"... 모두가 힘내는 추석 됐으면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미국 도시락 프랜차이즈 업체인 스노우폭스 김승호 대표는 30대 초반의 젊은 시절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갔다. 조그만 식품점을 시작했지만 주말도 없이 일년 내내 일해야 했다.

쉬면서 일하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컴퓨터 조립회사를 차렸지만 몇 개월도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 이후 몇 명이서 조그만 증권거래회사를 차렸다. 주식과 선물에 직접 투자했다가 몽땅 날리고 말았다.

이번엔 유기농 식품 회사를 시작했다. 성공하는 듯 했지만 9.11테러라는 대형 암초를 만났다. 사태가 진정될 즈음이 되자 매장 앞 도로 확장공사가 시작됐다. 빈털터리가 된 그는 몸도 마음도 황폐해졌다.

반복된 사업 실패 이후에 그가 유일한 희망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운동이었다. 걷기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걷기조차도 힘들었다. 터벅거리고 때로 비틀거리며 운동화로 바닥을 끌었다. 하지만 걷는 동안 문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것도 가능해졌고 머릿속도 맑아지는 듯 했다. 몸과 마음은 천천히 균형을 유지해 갔고, 꾸준한 걷기를 통해 다리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움츠렸던 가슴과 어깨가 펴지며 허리가 곧아졌고, 당당해졌다.

▲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 /스노우폭스 홈페이지 캡처

초심으로 돌아가 김밥집을 시작한 그는 이민 20여년 만에 ‘가장 성공한 재미 사업가 10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연 매출 3000억원의 도시락 프랜차이즈 스노우폭스를 운영하는 한편 자신의 경영철학을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는 “실패한 사람이 처음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좌절했을 때 회복하기 제일 쉬운 방법이 의외로 운동하는 겁니다. 좌절하면 정신적으로 고독해지거든요. 운동을 해서 몸이 건강해지면 정신은 따라오더라고요. 몸을 건강하게 만들면 자신감도 회복되고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마음이 생깁니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아마추어 마라토너 유명인사인 정석근 씨는 사업 실패 후 “나 자신부터 이겨보자”는 생각에 마라톤을 시작했다. 실업팀에서 잠깐 마라톤선수 생활을 했지만 직장에 다니면서부터 달리기와는 담을 쌓고 살았었다.

사업 실패 후 달리기로 돌아온 그는 일주일 내내 집 근처를 10㎞ 안팎으로 달렸다. 훈련 겸 연습 삼아 나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마라톤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최근에는 마라톤 훈련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좌절이란 사업 실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독일의 전직 외무장관인 요슈카 피셔는 이혼의 아픔을 마라톤으로 이겨냈다. 폭식을 거듭하며 뚱보로 변했고 고혈압, 당뇨병도 달고 살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해 위기를 극복했다.

이런 사례는 또 어떤가. 70대 몸짱 할아버지로 유명한 김현수 씨(가명)는 젊은 시절 수십대의 트럭으로 운송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하지만 보증을 섰던 후배의 고의부도로 연쇄 부도를 맞았다. 재산을 모두 날리고도 모자라 감옥까지 가게 됐다.

감옥에서 나가면 후배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몸을 단련하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몸을 만들어가던 어느 날, 그는 뜻밖에도 자신의 복수심이 사라지는 걸 깨닫게 됐다. 할아버지는 감옥에서 운동을 계속해 몸짱이 됐고 출소한 현재는 정화조 청소차 운전기사로 살고 있다.

역전인생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에게 PD가 물었다.

“복수할 마음이 없어졌다는 걸 느낀 건 언제쯤인가요?”

“운동한지 3년 쯤 지나자 복수하겠다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더라고요. 사실 그때 그 재산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흥청망청하면서 제 명에 못 살았을 겁니다. 전화위복이지….”

김승호 대표는 자신이 쓴 책 ‘김밥 마는 CEO’에서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좌절에 빠졌다면 비틀거리면서라도 걷기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몸이 마음을 지배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론이다.

마침 추석날이다. 추석은 성공한 사람들에겐 즐거움이지만 실패한 사람들에겐 '피하고 싶은 명절'일 수도 있다. 지금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다시 운동화끈을 고쳐 매자는 뜻에서 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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