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 경제기자의 ‘추석 연휴’ 이야기가 있는 걷기<시리즈-6>...한국의 온실 영농산업 싹튼 곳

[초이스경제 윤광원 기자] 기자는 트레킹이 취미다. 그렇다고 멀리 다니지는 않는다. 그저 수도권,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들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것도 ‘이야기’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기자처럼 직장인이 손쉽게 닿을 수 있는 ‘경제적인 코스’ 들을 걷고 있다. 열흘에 달하는 긴 추석연휴, 기자의 ‘경제적인 발걸음’ 들을 열편의 시리즈로 옮겨본다. <필자 주>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兩水里)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해서 한강이 되는 곳이다.

특히 ‘두물머리’는 말 그대로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곳이란 뜻인데, 돌이 많아 ‘돌더미’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400년 된 느티나무와 이른 아침 물안개가 아름답고 옛 나루터에는 황포돛배도 복원해 놓았다.

이 두물머리를 중심으로 양수리 일대 강변을 한 바퀴 돌 수 있게 양평군이 조성해 놓은 트레킹 코스가 ‘물래길’이다. 더욱이 이곳엔 조선시대 과학적인 영농 산업을 기록한 역사도 있어 우리 선조들의 영리한 '경제활동'까지 음미할 수 있는 코스다.

▲ 두물머리. /사진=양평군, 뉴시스

물래길이란 이름은 ‘물’이라는 우리말과 ‘올래(來)’자를 합성한 것으로 '물 따라 온다'는 뜻이다. 한강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산책로다. 경의중앙선 전철을 통해 서울에서 쉽게 갈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물래길은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시작된다.

양수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두물머리 물래길 안내판이 있다. 그런데 물래길 시작점을 찾아가는 이정표가 없다. 안내판을 지나 좌측 도로로 70m 내려가면 오른쪽 아래로 입구가 나온다. 길 양쪽에 목책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시작부터 강변 산책로다.

강을 따라 뻗어있는 산책로가 아름답다. 왼쪽은 남한강, 오른쪽도 습지 갈대밭이다. 어느 새 강변길이 끝나고 도로가 나온다.

도로 건너편에 세미원(洗美園)이 있다.

세미원은 경기도가 조성한 물과 꽃이 어우러진 정원이다.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옛 가르침에서 이름을 따왔다.  인근 상춘원(常春園)과 묶어 4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데 양평군민은 무료다. 처음엔 입장하기가 주저되지만 들어가 보면 결코 후회되지 않는다.

입구의 세미원 연꽃박물관부터 차근차근 둘러본다. 한반도 모양의 연못, 옹기항아리들로 이뤄진 분수대, 멋진 고사목, 쉬어갈 만한 정자 등이 눈길을 끈다.

‘세심로’에서 다시 강변길이 시작된다. 얼마 못가 배다리길이 나타난다. 정조가 1789년 부친 사도세자의 능 행차 길 도중 한강에 설치한 배다리를 재현한 것으로 수십 척의 배 위로 널빤지를 깔아 길을 만들었다. 안전을 위해 철제 난간도 설치했다. 배다리길 입구의 홍살문도 멋지다.

배다리길 끝에는 상춘원이 있다.

상춘원은 온실 안에 조성된 한국식 전통정원으로 4계절 모두 훈훈하다. 분재가 가득한 방, 수레로 만든 이동 정자, 금강산 모형 등 볼거리가 많다. 이 속에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온실 모형이 있다.

1450년 어의인 전순의(全循義)가 편찬한 조선시대 요리서적이자 농업서인 산가요록(山家要錄)의 동절양채(冬節養菜) 편에 이런 기록이 있다.

“먼저 적당한 크기로 온실을 짓되, 삼면을 막고 종이를 발라 기름칠을 한다. 남쪽면도 살창을 달고 종이를 발라 기름칠을 한다. 구들을 놓되 연기가 나지 않게 잘 처리하고, 온돌 위에 한자 반 높이의 흙을 쌓고 봄채소를 심는다. 건조한 저녁에는 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하되, 날씨가 몹시 추우면 반드시 두꺼운 날개를 덮어주고 날씨가 풀리면 즉시 철거한다. 날마다 물을 뿌려주어 방안에 항상 이슬이 맺혀 흙이 마르지 않게 한다. 담밖에 솥을 걸고 둥글고 긴 통을 만들어 그 솥과 연결해 아침, 저녁으로 불을 때서 솥의 수증기로 방을 훈훈하게 해 주어야 한다.”

이는 기존 과학적 난방온실의 시초로 알려져 왔던 1619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난로를 이용한 단순난방 온실보다 180년이나 앞선 기록으로, 조선시대 온실이 세계 최초의 과학적 난방온실임이 확인됐다. 조선온실이 세계 최초의 과학영농온실로 부각될 수 있는 이유는 온실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인 두물머리길이다.

두물머리의 상징, 느티나무 고목이 보인다. 그 앞 고사목들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때마침 양평군 문화해설사가 자세히 해설해 준다.

옛 나루터엔 황포돛배 한척이 정박해 있고 작은 나룻배들도 여러 척 한가로이 떠 있다.  옛날 뱃사람들에게도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강물의 흐름을 역류해야 했기에 그들에게도 힘이 부칠 때가 많았다. 순풍이라도 불어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력을 다해 노를 저어 일단 이곳 두물머리에 도착한 후 쉬면서 바람을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

좀 더 걸으면 ‘두물경’,  말 그대로 두물머리다.

왼쪽은 남한강, 오른쪽이 북한강, 우측 전방이 한강이며 좌측 전방은 경안천이다. 두물경 뒤쪽으로 넓은 공터가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정비사업을 하면서 이곳에 있던 유기농 비닐하우스들을 강제로 철거하고 공원화가 진행되던 곳이다.

이젠 북한강변을 따라 올라간다.

습지 사이로 고즈넉한 길이 이리저리 뻗어 있다. 유기농 딸기농장과 넓게 펼쳐진 감자밭, 강변의 초지를 지난다. 새로 놓인 양수대교가 웅장하고 강 건너엔 운길산(雲吉山)이 높게 솟아 있다. 양수대교를 지나 둑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양수리 환경생태공원이 나온다. 그 위로 옛 중앙선 철교가 강을 가로질러 놓여 있다. 지금은 4대강 자전거길의 일부로 기차 대신 보행자와 자전거족들의 차지다. 널빤지로 빈틈없이 채운 다리는 걷기에 좋다. 다리를 건너 길을 계속 따라가면 중앙선 전철 운길산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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