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축소 연기된 상황서 동양그룹 문제 불거져 다행, 한국은 시간 벌어

동양그룹(회장 현재현) 위기만 놓고 보면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조치가 늦춰진 것은 천만다행이다. 

 
만일 양적완화 축소조치가 9월에 시행되고 동양그룹 위기라는 악재를 만났다면 한국의 채권시장은 더욱 위험스런 상황에 놓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조치가 시행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시장이 미국 채권시장과 신흥국 채권시장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양적완화 축소조치라는 게 결국은 미국 중앙은행이 자국 국채와 모기지채권 매입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경우 가장 가깝게는 미국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 효과를 야기하고 더 나아가서는 신흥국 채권시장에 몰려들었던 자금이 이탈해 다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 또한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조치가 이뤄질 경우 채권시장에 있는 돈이 이탈해 주식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양적완화 축소조치가 이뤄질 경우 한국의 부실기업 채권 발행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간 한국 채권시장 한편에서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하기 전에 부실기업 구조조정부터 서둘러 끝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9월18일(미국시각) 미국 FOMC(공개시장위원회)가 양적완화 축소시기를 연기하고 연휴가 끝나자 마자 한국 시장에서 동양그룹 위기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그런 만큼 동양그룹 위기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조치가 늦춰진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로 여겨지고 있다. 동양그룹이야말로 채권 차환발행으로 그룹 위기를 모면해 오다 드디어 한계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단이 미국의 양적완화가 축소되기 전에 동양그룹 문제를 처리한다면 한국 시장은 한층 안정된 구도위에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조치라는 다소 껄끄러운 조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증권사의 채권담당 임원은 “동양그룹 등의 위기가 잠재된 상황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맞았다면 한국 채권시장은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미국 양적완화 축소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동양그룹 위기가 불거진 것은 수습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고 진단했다. 따지고 보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연기가 한국 시장엔 다행스런 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동양그룹 사태만 놓고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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