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덩샤오핑에 이어 세 번째로 당장에 이름 명기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태조가 일으켜 세우고 태종이 기반을 굳힌 왕조가 3대에 이르러 번창하는 것은 두 갈래 길이다. 3대 임금이 세종이 되느냐 세조가 되느냐다.

내실을 다져 경제가 성장한 3대 임금은 조선 세종이다. 명목상 태조, 정종, 태종에 이은 4대 임금이지만, 정종의 2년 치세는 과도기였고, 또 후대의 숙종에 이르기까지 정종이란 묘호도 없이 ‘공정왕’으로만 불렸다. 세종 당시는 정종을 정식 임금으로 간주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것은 세종이 3대 임금인 부왕(父王)에게 태종의 묘호를 올리는 것을 포함한 정통성과 관련된 문제다.

3대가 세조가 된 왕조는 중국 역사의 원나라와 청나라다. 둘 다 이민족이 세운 왕조로 3대 임금에 이르러 중국대륙을 차지했다. 2대 임금까지는 성공한 유목국가 수준이었다가 대륙을 통일함으로써 아시아의 천자가 됐다는 의미에서 원나라 쿠빌라이와 청나라 순치제는 세조가 됐다. 이런 면에서 보면, 조선의 세조가 얼마나 엉터리로 붙인 묘호인가를 알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24일 끝난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장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기록했다. 당의 최고지도이념인 당장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명기했다는 것은 그가 마오쩌둥 전 주석, 덩샤오핑 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 같은 반열에 올랐음을 상징한다.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과는 격이 달라졌음도 나타낸다.

특히 시 주석 사상의 명기가 재임 중 이뤄진 점이 주목된다. 이는 시 주석의 임기가 관례인 10년에 그치지 않고 2023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워싱턴포스트는 홍콩의 중국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진핑 주석이 당과 국가, 군의 지도이념을 설정하는 핵심적 지위를 차지함으로써 그가 10년 넘게 통치하는 명분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의 중앙정치에서는 ‘천자’에 등극한 것에 비유할만한 승리를 거뒀다. 관건은 중국 전체가 수긍할 업적을 이룩하는 것이다.

만약 그가 고도성장기의 경제부실 제거에 성공하고, 중국경제의 체질을 수출에서 소비로,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된다면 이는 세종의 업적에 해당한다.

대국굴기와 일대일로 등의 구호가 효과를 내서 군사 패권적으로도 최대강국이 된다면 이는 세조의 업적이다.

만약 두 가지가 모두 성공한다면,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가 유일한 성조(聖祖)의 현대판이 될 수 있다. (명나라 영락제는 한자가 다른 성조(成祖)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부패청산과 금융안정이 함께 진행될 수 있느냐, 그리고 전임자 때와 달리 갑자기 일본 대만뿐만 아니라 인도까지 국경의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현실이다.

강한 중국의 구호를 내세운 만큼 외부의 견제도 더욱 강해졌다. 특히 미국은 전통적인 러시아와의 각축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 점점 경계수준을 높이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그의 오랜 정적들에게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세종이나 세조가 아니라 주로 인종(仁宗)으로 불리는 임금들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국내 통치가 공고해지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 사드배치의 경우 냉정한 판단보다는 중국 국민들의 반발, 반대파의 역공 우려로 인해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 대한 보복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면도 있다. 만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안정적 통치기반을 확보하게 되면 더 이상 반대파의 명분 공격을 의식하지 않고 여유로운 입장에서 실익을 위한 외교에 나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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