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ECB는 양적완화 관련 긍정·부정적 압박 동시에 받고 있어"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ECB는 양적완화정책 축소에 있어 올바른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런 매체가 26일(현지시각)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이런 조언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ECB는 낮은 인플레이션 전망과 양적완화정책(QE) 하에서 조만간 매입할 수 있는 채권의 부족 사이에서 항해하고 있는 중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3년 전에 역사적인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극심한 저항을 이겨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이 훨씬 더 민감한 일이 될 수 있다.

목요일(유럽시각 26일)에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 QE)으로 알려진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ECB의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코노미스트들은 양적완화정책이 19개의 유로존 국가에서 경제 회복에 힘을 실어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그 공로를 인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에 너무 빠르게 움직일 경우, 드라기 총재는 회복을 끌어내릴 수 있고, 그리고 심지어는 유럽 재정위기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는 금융 시장의 거부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면서 “반면 너무 느리게 움직일 경우, 투자자들은 ECB가 채권매입 프로그램에 선을 그을 것인지의 여부를 의심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적정 속도가 중요하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은 지금 초조해 하고 있다”면서, 현재 취리히에 위치한 EFG뱅크의 이코노미스트이자 전직 아일랜드 중앙은행 부총재였던 슈테판 게를라흐는 “하나의 모호한 발언이 몇 달간 해놓은 일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ECB는 낮은 인플레이션 전망과 양적완화정책에 대해 스스로 정한 규칙 하에서 조만간 매입할 수 있는 채권의 부족 사이에서 항해하고 있는 중이다”면서 “ECB는 또한 유럽 주변에서 경제 회복을 계속해서 지지하거나 혹은 조만간 양적완화정책을 끝 내라는 상충되는 정치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또한 “ECB의 딜레마는 연준 등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의 딜레마와 같은데, 다른 주요 중앙 은행들은 10년 간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한 이후로 드디어 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많은 투자자들은 잠재적인 자산 가격 버블과 저금리 속에 인위적으로 살아 남았던 ‘좀비 기업’들을 포함해 정부와 기업들이 마침내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드러나게 될 감춰진 문제들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코메르츠방크에 따르면 유로존의 기업과 가계는 2009년 이후로 대체로 부채를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많은 기업이 금리가 상승하면서 고전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조 유로의 양적완화정책을 끝낼 방법은 2007년 이후 위기에 시달려온 유럽의 10년에 대한 4번째로 중대한 ECB의 결정이 될 것이다”면서 “이 결정은 은행 긴급 대출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whatever it takes)’ 유로의 붕괴를 막겠다는 약속 및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2015년 초에 실시한 양적완화정책의 뒤를 잇는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적완화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 조차도 양적완화정책이 시장금리의 범위를 압축하고, 이에 따라 대출과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경제를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인정하고 있다”면서 “유로존의 실업률은 양적완화정책이 발표된 이후로 12% 수준에서 9%로 하락했고, 기업과 소비심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고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따라서 향후 양적완화 축소 결정도 여러 사정을 잘 감안해 균형감 있게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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