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재 시장 이미 경쟁관계로 진입...지나친 기대는 화로 돌아올 수 있어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꽉 막혀 있는 한-중 관계가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년 반 정도를 북핵 위기와 이에 따른 사드 배치로 빙하기를 연상케 했던 양국의 경색국면이 최근 중국 공산당의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끝으로 시진핑 2기 체제가 출범하면서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막후에서 국면 전환을 위한 대화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만큼 11월에는 진전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중국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화장품, 여행 등 관련 기업들 주가는 이런 기대감을 선반영해 크게 오르는 등 증시에서는 이미 해빙무드에 접어든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핵 위기가 심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이에 중국 정부의 심기가 불편해지면서 냉각국면이 계속됐지만 이제 그 얼음이 녹을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외 상황이 상당히 안 좋은 속에서도 물밑교섭을 통해 일관되게 대화국면으로 이끌어 가려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을 거란 생각이다.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방문을 통해 상호 이해가 커지고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의 기간 중에 한-중 정상이 만나는 계기가 이뤄진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하지만 한-중 관계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시 긴밀한 유대관계를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최상의 커플 관계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고 성급하게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지속된 사드 압박 국면에서 얻은 교훈을 잘 새길 필요가 있다. 어쩌면 꼭 필요한 때 사드 사건이 터져 양국 관계를 심각하게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듯하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지적하듯이 양국의 경제 관계는 과거처럼 보완적인 관계가 아니라 심각한 경쟁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무역 통계를 봐도 양국 기업들은 세계 수출시장을 놓고 경쟁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소비재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확연하게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상품이 다수 있지만, 중간재 시장에서는 기술 수준이 서로 근접해진 데다 중국 기업들이 원가 우위를 앞세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과거처럼 중국 기업들에 기술을 전수하고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세계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전략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한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에 1인체제를 강화하면서 경제적인 분야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바탕으로 경제 활성화를 통해 향후 5년 임기 내에 샤오캉(小康)을 실현한다는 계획이어서 자국 경제의 활성화에 팔을 걷어 붙일 전망이다. 샤오캉은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 물질적으로 안락한 사회, 중산층 사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나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내걸었던 경제 공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과거 저임금에 의존하던 중국 경제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1인당 GDP가 8000달러에 달하면서 샤오캉은 얼마든지 실현이 가능한 목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여러 나라에서 중진국 진입 직전에 실패한 경우가 있었는데, 시진핑 주석은 이런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주어진 5년 임기 내에 확실하게 중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샤오캉 실현은  자국의 인적자본 및 기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어서 한국 기업들의 어중간한 기술력은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잘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칫 국내 기술만 빼앗기고 시장은 중국 기업들에 내주는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이 선진 기술로 무장할 경우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관계가 도미노로 파급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도래하는 한-중 관계의 변곡점에서 지나친 낙관과 의존은 화로 돌아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지난 사드 사태로 잃은 수십 조원의 피해액을 확실하게 보상받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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