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상처 공유하며 진정한 동반자적 관계 통해 새 지평 열어야

▲ 10일 오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 만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경제칼럼]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 ASEAN)이 우리 경제외교의 새로운 지평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을 두고 중국과 갈등을 겪으면서 깊은 상처를 입은 우리로서는 설사 사드 문제가 봉합돼 경제관계가 정상을 회복한다고 해도 대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언제 다시 중국이 의존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 경제의 약점을 이용해 보복이라는 칼날을 휘두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는 중국보다 다소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식민지 경험을 하고 빈국에서 신흥국으로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에 손길을 내밀어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8000 달러에 달해 중진국 초입에 들어선 중국을 대신해 현재 2000 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은 과거 중국을 연상시키는 '세계의 공장'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특히 중국과의 경제 관계는 사드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보완이 아니라 경쟁 국면에 진입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에이펙(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을 찾아 이들 국가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해 고무적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를 방문해서는 아세안으로 경제적 외연 확장전략을 담은 신남방정책을 천명하기도 했다.

아세안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브루나이 등 10개 국가에 인구가 6억3000만 명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은 2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블루오션'이다. 최근 들어 경제성장률이 5~6%에 달하면서 중국 못지않은 기회의 땅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다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국가 의존에서 벗어나 미래에는 좀 더 탄력적이며 균형잡힌 경제외교도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88억 달러였던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2020년까지 20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현재 수준보다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이게 이뤄진다면 현재 중국과의 교역수준(2100억 달러)에 버금갈 정도로 비중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또 과거 중국 진출과 같이 신중한 판단 없이 이들 국가로의 진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적당히 이득만 취하겠다는 가벼운 처신은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베트남전 참전 등으로 심어져 있을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부정적 인식만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이미 동남아시아 국가는 일본과 중국이라는 강대국들의 영향력이 큰 지역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과거 식민지였던 아세안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일제 자동차가 90% 정도 현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정도다. 또한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 구축을 추진하면서 천문학적인 물량공세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틈새를 뚫고 우리만의 장점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 식민지 시절의 어려웠던 경험을 나누고 신의와 동반자적 관계로 상생 발전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원 웨이(One way)로는 오래갈 수 없다. 투 웨이(Two way), 윈-윈(win-win)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며 "한국은 아세안과의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세안의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을 활용하되 우리의 자본과 기술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중국이나 일본의 물량 공세 위주보다는 따뜻한 인간 관계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 파워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를 일관성 있게 지켜가고 기업들도 이에 보조를 맞춰 신남방 정책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가운데 진정한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형성해 아세안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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