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양극화 해소하고 좀비기업 걸러내며 성장동력 이어가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경제칼럼] 한국 경제가 당초 우려를 딛고 3%대 성장률이 예상되는 등 훈풍을 맞고 있어 고무적이다. 3년 연속 2%대 성장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 경제가 3%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엔 중국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가 봉합되며 지정학적 관계 개선의 훈풍이 불어와 한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 개선이 시작돼 2018년 초 한국으로의 인바운드 여행은 증가하게 될 것이며 아마도 이는 북한과 관련한 생산적인 논의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고무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옥의 티는 아직도 청년층의 실업률은 1999년 외환위기 수준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8.6%를 기록해 1999년 외환위기 당시와 똑같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이 느끼는 경제 상황과 국민이 실감하는 체감 경기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러면 한국 경제가 3%대 성장률을 살려 가면서 아킬레스건인 청년층의 고용까지 늘리는 해법은 없을까.

우선 일자리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계속되는 속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이를 마다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실업을 감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노량진, 신림동 고시촌을 중심으로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은 계속 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청년 인력을 찾지 못해 외국인 고용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빠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무원-공기업-대기업 중심의 고소득 혹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중소기업-자영업-비정규직의 저소득 혹은 불안정한 일자리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골을 메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에 방한한 IMF(국제통화기금) 연례 협의단도 한국 경제가 전체 실업률은 3.8%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청년 실업률은 9월 기준 10.0%로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적 문제가 견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0% 정도 수준에 머무르고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창출 유도 정책, 공정경쟁 및 혁신에 방점을 두는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노동시장 정책의 근간으로 '유연 안정성(flexicurity)'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 지난 10일에 열린 한 기업 채용박람회에서 채용정보를 살펴보는 구직자들 /사진=뉴시스

즉 실업자에 대해 강력하고 포용적인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며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펼쳐서 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정규직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노사정 대화에서 비노동조합 근로자,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골드만삭스도 우리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지출 확대 등 '소득 주도'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은 고무적이지만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가 이제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강성 노조가 형성돼 고소득이 보장되며 일자리가 정년까지 유지되는 집단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잘나가는 집단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더욱 높이고 대신 어려운 집단에 대해서 안정성을 강조한다면 균형을 맞춘 정책이 될 것이다.

일자리의 상대적 우열이 심화되고 이중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속에서 정부가 포용적인 정책을 구사하더라도 청년층의 실업난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정부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규제 완화에도 적극 나서 혁신 성장에 나설 필요가 있다. IMF도 혁신 지원 및 생산성 증대에 주안점을 둔 정부정책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혁신을 장려하고 규제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IMF는 "정부가 10년 이내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술선진국과의 격차를 없애는 수준으로 규제 부담을 추가적으로 완화할 경우 10년간 연간 잠재성장률을 0.3%p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 발전법이라든지 규제 프리존법과 같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은 빨리 통과시켜 전임 정부에서 추진한 것이지만 이 정부에서도 그 동력을 살려 갈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은 취약한 기업에 대한 보호가 아닌 성장 및 혁신을 촉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혁신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 연명하는 좀비 기업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지원을 끊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능성 있는 기업들에 자금이 돌아가야 한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내년에 새롭게 맞이할 경제 환경은 대체로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의외의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소리다.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이어가도록 슬기로운 정책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이해관계자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으며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통해 터닝포인트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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