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닷컴 버블 당시와 비교해 실적 뒷받침되는 게 차이"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기술주의 랠리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주요 증시가 신고점을 경신하는 등 ‘붉은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물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기술주 주도의 급격한 주가 상승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같은 리스크는 없는지 갑론을박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미국시각) 보도에서 “미국과 아시아 증시가 테크주들의 랠리로 혜택을 보고 있지만 다른 섹터들은 뒤처지고 있다”며 “닷컴 시대 이후 올 한 해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다른 섹터를 크게 앞서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의 애플, 한국의 삼성전자, 중국의 텐센트와 같은 소수의 테크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의 퍼포먼스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올 한 해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8개 기업의 시가총액 상승은 1조40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연간 GDP(국내총생산)를 합한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 사진=뉴시스

거대 테크 기업들은 강력한 사용자 네트워크, 현금 보유액, 소비자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현재의 거대 기업들이 더욱 몸집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테크 기업들이 미국과 일부 아시아 증시의 신고점 기록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테크주들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유럽과 캐나다, 호주의 증시는 이 같은 희열을 맛보지 못하고 있다”지적했다.

테크 거대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는 뉴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폴 마크함은 “올 한 해 하이테크 기업들이 위치하고 있는 증시가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소수의 주식들이 주도하는 이번 랠리는 우려 사안으로 여겨져야 한다. 하지만 그 소수의 기업들이 새로운 경제의 기반이 되는 현금 창출을 하는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만약 투자자들이 테크 섹터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규제가 거대 테크 기업들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면 테크 섹터의 지배적인 비중이 시장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들 테크 기업들이 계속해서 실적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결국 테크 섹터가 향후 몇 년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계속해서 다른 섹터들과 차이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증시가 닷컴버블 당시와 비교하는 것을 일축한다. 미국 테크 섹터의 밸류에이션은 닷컴버블 당시와 비교하면 크게 고평가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투자분석기관인 팩트셋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S&P500 테크 섹터는 주가수익비율(P/E) 52배에서 거래됐지만 오늘날 테크 섹터의 P/E는 19배에 불과하고 S&P500 전체 P/E도 18배에 불과하다.

더욱이 올해 3분기 S&P500 테크 기업들의 실적은 다른 어떤 섹터보다도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이에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랠리가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이달 초 테크 섹터에는 주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펀드 관련 서비스 업체인 EPFR 글로벌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테크 펀드들이 특히 강한 모멘텀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얼라이언스번스틴의 주식 총괄 매니저는 “1999년에 테크 기업들은 너무 고평가됐고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오늘날 테크 기업들의 실적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개선된 처리 능력을 보이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정말로 좋은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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