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체질 개선해 선진 경제로 나아가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한 해가 저물어가며 되돌아볼 때 경제만큼은 썩 괜찮았던 것 같다. 겉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내년에도 올해만 같아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순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촛불 정국이 계속되고 정치가 혼돈의 지경을 헤맬 때 올해 경제가 좋아지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이 거의 없었듯, 경제는 쉽게 예측을 하기 힘든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아서 낙관은 금물이다. 잘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을 새기면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한국 경제가 올해 3년 만에 3%대 성장으로 복귀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코앞에 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주가는 코스피가 2500선을 넘나들고 코스닥은 800선을 향해 진군 중이다. 내년에도 대체로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IMF(국제통화기금)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일제히 한국 경제가 내년에도 3%대 성장으로 2년 연속 '중성장'을 이어가고 국민소득은 2만 달러 돌파 12년 만에 3만 달러를 넘어서 선진국 초입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지난 3월 중순 내놓은 리포트에서 코스피가 지난 10년간 박스권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던 것에서 "천장을 뚫고 나올 것"이라는 예측을 했던 글로벌 금융기관 '크레딧 스위스(CS)'가 이번에는 내년에 한국 증시가 2900포인트를 향해 갈 것이라고 예측을 해서 한층 고무적이다.

이런 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한국 경제는 지금의 상황이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내년에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박스권을 탈피해 한 단계 '점프업'을 이뤄내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예측이다.

하지만 20년 전의 외환위기나 10년 전의 금융위기가 다시 도래하지 않을까 하며 전전긍긍해 하던 것이 딱 1년 전이다. 짧은 시간 안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 한국 경제의 전망이 180도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경제가 1년 사이에 크게 변화를 하거나 체질이 좋아졌다고 보기보다는 운 좋게도 10년 만에 대세 상승기에 진입한 세계 경제에 잘 편승한 게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세계 경제가 꼬리 위험, 검은 백조와 같은 안 좋은 단어들이 끊임없이 돌출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동반 상승 기류를 타면서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국 수출이 살아난 것에 수혜를 입은 바가 크다는 소리다.

하지만 내년에 한국 경제는 '신 3고'라는 새로운 장애물을 만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가 시작되고 여기에 금리 상승, 원화가치 상승 등의 파고가 밀려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 1일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리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즉 물가 상승이 거의 없이 경제가 활기를 띠는 상태에서 벗어나 물가와 경제가 동반 상승하는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는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은 물론 금리 상승, 환율 변동 등이 일어나 올해 많은 국가들이 동반 상승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정부나 기업은 지금의 성과에 몰입하기보다는 전환기에 놓인 세계 경제와 신 3고를 잘 돌파하기 위한 냉정하고도 차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경제에서도 대중 인기 영합적인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냉정하면서도 차분한 구조조정과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는 분배 정책을 펼쳐야 하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신산업에 한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4차 산업혁명의 불을 당기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확실하게 걷어내며 경제에 활력을 돋울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에서 불필요한 규제만 걷어내도 한 해 경제 성장률 0.5%포인트를 높일 수 있다는 IMF의 권고를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또한 특정 업종의 수출에 의존해 성장했던 것에 벗어나 국내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며 침체에 빠진 자동차 산업 등의 노동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도 매진해야 할 것이다.

내년에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명실상부하게 한 단계 점프업을 이뤄내 '선진 경제'로 가는 길에 들어서며 국민 대다수가 풍요를 체감하는 '따뜻한 경제'를 맞을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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