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스 "정부와 금융기관 불신도 열풍 원인...닷컴 광풍보다 거세"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가상화폐에 대한 지나친 투자 광풍에 따른 고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페이크 뉴스 시대에 비트코인이 정부와 금융 기관들을 불신하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빠르게 부자가 되려고 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을 시장에 끌어들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투자 몸살을 앓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초에 300 달러 수준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1만 달러를 넘어서 1만1000 달러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식과 채권의 변동성이 낮은 시기에 비트코인의 이 같은 극적인 가격 변동은 제도권 금융권조차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미국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은 내년에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선물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통한 이익뿐만 아니라 손실로부터 수익을 내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형 은행들도 시장에서 중개인의 역할을 하며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 참여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몰아붙였던 JP모건체이스마저 고객들이 비트코인 선물을 거래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고객 수요에 대한 대응으로 비슷한 시장 조성 역할을 검토해 보고 있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바탕으로 그게 잘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그건 사기이며 그럴지도 모르기 때문에 먹히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비트코인 열풍은 사실 정부나 은행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됐다. 블록체인을 통해 안전한 거래를 보장한다는 믿음이 차차 희소가치에 대한 투자 열풍과 맞물리면서 지금의 거대 자산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이에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uerance)을 저술한 예일대학교 경제학자 로버트 쉴러는 "비트코인 수요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힘을 실어 준 것과 같은 종류의 현대 삶에 대한 불안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를 모방한 가상화폐가 제공하는 비밀 유지가 글로벌 경제의 더욱 어두운 구석에서 있는 은둔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서 자금 세탁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상 경제학자 미국 조셉 스티글리츠는 "비트코인은 법으로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감독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교묘하게 성장했다”며 “하지만 비트코인은 사회적으로 어떠한 유용한 기능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월 30일까지 12개월 동안 1773% 상승하며 그 가치가 거의 17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GE 시가총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비교해 보자면 나스닥이 닷컴 버블 마지막 해에 가까스로 두 배 상승했었고 1929년의 미국, 1989년의 일본, 2007년의 중국처럼 가장 극심했던 주식시장의 버블도 두 배 수준의 상승이 전부였다.

한 경제학자는 “닷컴버블과 비트코인 사이에 심리적으로 상당한 유사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즉 닷컴버블은 주로 ‘좋은 기회를 놓칠 거라는 두려움’에 기반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혹은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진실은 무엇인지 실제로 이해하지 않고서 행동했다. 그 결과로 가격은 치솟았고 10년 이상 지난 지금 비트코인에서 똑 같은 변동적인 상황을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산업용 원자재나 농작물과 다르게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용적인 용도가 없다. 화폐로 표현되기는 하지만 비트코인을 귀금속과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예일대학교 경제학자 윌리엄 괴츠만은 “비트코인은 결제 목적으로 사용되는 한 가지 전자 원자재로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며 “비트코인은 미래의 배당이 없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미래의 수요에 대한 기대 또는 미래의 잔여가치에 대한 기대로 결정된다. 근본적으로 비트코인의 가치를 계산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의 호황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올 연말까지 비트코인이 1만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비트코인이 4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이낸셜타임스는 "하지만 시장의 급격한 변동은 비트코인 기차로 뛰어올랐던 도박꾼들이 최소한 엄청난 많은 변동성과 우여곡절을 수없이 겪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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