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력, 세계 꼴찌 수준...뼈 아픈 반성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분야에서는 고용유발계수가 상당히 높은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많은 근로자나 사업자들이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효자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자동차 산업은  다른 제조업 분야에 비해 그 성과가 상당히 미진했다. 무엇보다도 중국 쪽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압박에 따른 영향으로 판매량이 많이 떨어졌고 미국 쪽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서도 수입차의 판매 비중이 계속 늘어나면서 썩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 판매량이 작년 수준(786만대)에 한참 못 미쳐 720만~730만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2012~2013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이다. 영업이익이나 영업이익률 역시 글로벌 경쟁사 대비 크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더 이상 일자리 창출의 구실을 못하고 선진 자동차 업체나 중국 등 후발 업체들의 추격에 밀려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한국의 첨단 제조업이 세계 일류수준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슈퍼 사이클을 즐기고 있을 때 자동차 산업은 시장 점유율을 잃고 수출 첨병 자리를 내주며 갈수록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셈이다.

▲ 수출 차량들 /사진=뉴시스

게다가 한국 자동차 산업은 내년에도 낙관할 수 없다는 게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내년에는 올해 기저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다소 개선될 여지는 있지만 불리한 여러 여건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원화 가치가 선진국과 이머징 시장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다른 나라 경쟁 업체들을 따돌릴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도 없다는 지적이다. 연구개발 노력을 통해 기술력에서 많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아직 앞서 나가는 상황이 아닌데,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내년에도 업황 개선은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주요인은 노사관계가 순탄하지 않다는 점이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등 3대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일본의 자동차 산업 부흥을 일으키고 있는 도요타 등은 신흥 전기차 업체들이 시장을 위협하는 속에서도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데 한국의 상황은 이와 대조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영국 국제무역부가 자동차를 만드는 세계 25개국의 자동차 산업 국제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 자동차 산업은 노사 협력에서 거의 꼴찌 수준(24위)이었다는 평가다. 노사협력 분야에서 무파업 기록을 매년 갈아치우며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계는 1위, 독일과 영국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우리 자동차 업체의 경우 연구개발을 비롯해 다른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는 반면 노사협력에서 유난히 뒤지면서 경쟁력을 까먹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부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다음주까지 계속해서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사실 우리 자동차 업계는 매년 파업이 일상화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여서 노사 협력에서는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다.

얼마 전에는 잘 팔리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코나'를 증산하려는 사측에 맞서 노조 간부가 생산라인을 쇠사슬로 묶어 버리는 일도 벌어졌다. 그나마 효자노릇을 하던 차종을 더 생산하려는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한국GM도 올해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노사 갈등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멀지 않은 시점에 한국에서 생산 공장을 철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어떤 다른 제조업보다도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업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그 중요성을 생각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노사관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뼈 아픈 반성과 특단의 노력을 가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실 정부가 4차 산업 육성 등 많은 노력을 쏟아 부어도 만성적인 노사관계 대립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에 한해서만큼은 노사협력의 증진이 어떤 과제보다도 우선한다는 관점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책을 노사정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아울러 한국 자동차 산업의 근로자도 회사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경쟁력이나 생산성에서도 그에 걸맞게 따라가고 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그에 걸맞은 대접을 요구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세계 일류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