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전 장관 타계 1주기...지금의 2500대 주가에 담긴 그의 역할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해 1월31일,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타계했다. 2012년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던 그는 2016년 자신의 오랜 당적과는 반대인 새누리당의 고문으로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를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누가 뭐라해도 그의 주요한 정치경력은 현재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제전문가였다.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2003년 국회에 진출해 민주통합당 의원으로 3선을 지냈다. 모두 민주당의 전신인 정당이다. 관료시절에는 1997년 외환위기, 즉 ‘IMF 위기’와 대우부도사태를 수습했다.

그의 굵직한 경력의 행간에는 눈에 띄지 않는 ‘정책의 조율사’로서 면모가 깃들어있다.

▲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사진=뉴시스.

사람들이 그를 우선 기억하는 것에는 ‘쌀쌀한 말투’도 있을 수 있고, 부단히 부양을 모색하는 정책행태도 있을 수 있다.

강봉균 전 장관은 특히 의정단상에서 금리인하를 주저하는 한국은행에 대해 쌀쌀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러면서도 집권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한은 총재 퇴진을 요구하자 막후에서 이들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어느 작은 국회 연구모임에서다.

2004년,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엄청난 정치격변을 가져왔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분노한 국민들이 무수한 ‘386세대’ 열린우리당 후보들을 당선시켰다. 과거 운동권세력인 이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선됐다해서 이들을 ‘탄돌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민주화운동만 한 사람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했으니 국정이 제대로 되겠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랬던 여름 여느날, 국회의원회관의 작은 방에서 몇몇 의원들의 연구모임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강봉균 전 장관이었다. 그는 당시 재선으로 열린우리당의 재정경제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었다.

이 모임에서 그는 매우 이색적인 인물이었다. 다른 참석자들은 초선인 이광재 윤호중 김태년 조정식 의원등이었다. ‘탄돌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든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여기서 당시 정부가 추진하고 있던 증권시장 자본확충 방안을 공부했다. 이 때가 사모펀드(PEF)법과 연기금 주식투자법이 만들어질 때다.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김석동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전 금융위원장)이 과천청사를 비우고 국회에 상주하다시피 할 때다.

‘운동권’ 젊은 의원들이 장관출신 의원과 설전을 벌이는 자리가 아니라, 강 전 장관을 ‘훈장’으로 모시고 스터디를 하는 자리였다. 강 전 장관은 틈틈이 “단기부양도 필요할 때는 해야 된다”는 말을 겻들여가며 PEF 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젊은 의원들은 “이 법이 통과되도록 우리가 앞장서야 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당시 정치와 정책의 경계선에 서 있던 사람이 강봉균 전 장관이었던 것이다.

개혁을 중시하는 정치세력이 집권했을 때, 특히 필요한 사람들이 정책조율사다.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아무리 규모가 커도 이것을 운영해본 경험만으로는 국정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개혁만 주장했다가 국정이 파탄나서도 안되고, 개혁의 골자는 모두 빼고 국정만 따졌다가는 “이럴거면 뭐하러 집권했나”라는 비판을 사게된다.

당시의 젊은 의원들이 앞장서서 통과시킨 금융시장 확충법은 700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를 수개월 만에 사상 처음으로 2000을 넘는 수준으로 높였다. 그것이 오늘날의 2500대 지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개혁이 후퇴했던 것도 아니다. 이제 재벌들도 주주들을 무시하고 낙후된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주식시장이 커지면서 주주들의 힘도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훌륭한 정책은 이렇게 개혁과 국정의 두 개 엔진을 순조롭게 조화시키면서 역사에 자취를 남기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후계 정치세력으로 평가되는 지금의 집권세력에도 강봉균 전 장관과 같은 정책조율사가 어딘가에서 활약하고 있을 것으로 믿고자 한다.

이런 인물이 없다면, 정책은 취지는 좋지만 그 수혜대상이 되야 할 사람들도 오히려 불이익을 겪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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