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틸러슨 경질,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금지 등이 미국증시에 직격탄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13일(미국시각)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트럼프 때문이다. 트럼프가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한 가운데 기술주가 급락했고 트럼프가 국무장관을 느닷없이 경질하는 바람에 지정학적 위기 가능성, 글로벌 무역전쟁 악화 가능성을 키우면서 미국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영국이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을 밝힌 것도 미국증시 기술주에 타격을 가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 대비 171.58포인트(0.68%) 떨어진 2만5007.03을 기록했다. 또한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17.71포인트(0.64%) 하락한 2765.31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7.31포인트(1.02%) 급락한 7511.01을 나타냈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월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악재가 아니었다. 이 지수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치엔 부합하는 것이었지만 전월 상승률(0.5%)엔 크게 못미쳤다. 그러자 시장에선 “이날 발표된 CPI는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미국증시를 짓누른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날 엽기적인 개각을 단행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대 북한, 대 이란, 대 중국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새 국무장관으로 내정했다고 전했다.

틸러슨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경질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욕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느닷없는 경질은 시장에 쇼크를 가했다. 최근 개리 콘 백악관 경제회의 위원장을 전격 경질한데 이어 틸러슨까지 끌어내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더욱 휘청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날 블룸버그는 “틸러슨의 경질이 대 북한 정책에 커다란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긴 했지만 시장의 걱정은 컸다. 대북 강경파를 새 국무장관에 내정하면서 미국-북한 간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닌지가 우려요인으로 불거졌다. 또한 대 중국 강경파가 국무장관에 내정되면서 미국-중국간 무역전쟁이 격렬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커졌다. 마침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여기에 대 이란 강경파의 국무장관 내정은 향후 중동관계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유발시켰다. 이번 국무장관 경질이 대 이란 정책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뿐만이 아니다. 이날 미국증시를 괴롭힌 건 또 있다. 영국 정부가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 및 기술기업 들에게 제대로된 과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G20 회의에도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기술기업들이 바짝 긴장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미국의 CNBC는 “지금 반도체 주가가 2000년 이후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반도체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반도체 경기가 그만큼 좋다는 얘기일 수도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같은 무역전쟁 확대 우려, 미국 기술주에 대한 세금 강화 우려, 반도체 주가 과열 가능성이 부각되자 이날 미국 기술주가 크게 흔들렸다.

미국 기술주를 상징하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주가가 모두 추락했다. 페이스북이 1.56%, 아마존이 0.64%, 애플이 0.96%,  넷플릭스가 1.69%,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2.23% 각각 떨어졌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가는 2.44%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면서 퀄컴의 주가가 4.95%나 추락하고 CNBC가 2000년 이후 반도체 주가가 가장 높이 올랐다고 전한 가운데 이날 반도체 섹터도 일부 종목만 소폭 오른 채 전반적으론 약세를 나타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423.46으로 1.55% 급락했다. 전날 8% 이상 급등했던 마이크론 테크의 주가는 이날 0.10% 오르는데 그쳤고 미국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주가 역시 0.50% 상승에 그쳤다. 반면 퀄컴이 급락했고 엔비디아의 주가도 0.82% 하락했다.

미국증시가 전반적인 불확실성 확대 속에 놓이면서 이날 금융주도 떨어졌다. 골드만삭스가 1.77% 하락했고 JP모건체이스도 1.20% 내렸다. 미국발 원유생산 증가 전망에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주요 정유주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미국증시는 이래저래 여러 악재에 짓눌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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