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 피할 길 아주 없는 건 아냐"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미국의 관세 부과가 철강을 넘어선다면 글로벌 충격은 어떻게 될까.

글로벌 투자기관인 HSBC가 19일 “최근 미국이 부과키로 한 철강관세는 그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나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경우 문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해 눈길을 끈다.

다만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양자간 무역전쟁 역시 글로벌 시장에 큰 충격을 가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미국에 금융시장이나 서비스 시장을 획기적으로 개방한다면 무역전쟁이 수그러들 여지는 있다"고 진단했다.

HSBC는 “다소 큰 충격을 가하지 않는 시나리오를 살펴보자면 지난 2002~03년 부시 대통령과 유사하게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면 전세계에 미칠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만 충격을 줄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세계 무역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의 파트너들은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늘어날 것인 반면 다른 국가들의 수출은 어느 정도 제 3국으로 배분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HSBC는 “관세 부과가 미국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미칠 충격 역시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2002~03년 근원 인플레이션은 철강을 소비하는 기업들이 피해를 보며 대체로 둔화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보호무역의 일환으로 달러가 계속해서 약세를 보인다고 가정하면 다른지역 및 국가에서의 통화 절상 충격으로 인한 디스인플레이션은 통화 긴축 전망을 늦추거나 그 규모를 축소시킬 것이다”고 진단했다.

HSBC는 하지만 “무역 개입이 확산되는 것은 여전히 위험요소로 여겨진다”면서 “아마도 일부 무역 보복 조치들로 시작해 빠르게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거 1929~33년 전세계 무역을 붕괴시켜버린 스무트-할리관세법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세계 대규모 거래 블록들과 국가들 사이의 양자 무역 관계는 여전히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전세계 수입의 1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 주도 성장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만약 미국의 보복 조치가 글로벌 무역에 실질적인 충격을 준다면 분명 취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국가들은 통화 절하를 마주하게 될 것인데, 금리 상승 전망이 점차 희미해져가는 G10 소규모 개방경제들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HSBC는 “충격을 즉각적으로 받게 될 다른 것들은 증시나 신용시장을 통해 발생하게 될 것인데, 두 시장은 현재까지 이러한 무역 관련 위험들이 심화됨에도 특이하게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HSBC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이 악화되는 것 또한 다른 지역, 국가에 파장을 미칠 것이다”면서 “불공정 무역 제도에 대한 우려, 그리고 중국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위반은 미국 정치권 전역에서 공유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만약 미국이 더 많은 무역 조치들을 부과한다면, 중국이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해 보복 조치를 감행할 방법은 많고 이는 간접적으로 여러 국가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하지만 두 국가의 관계가 현 시점에서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HSBC는 “미국 기관들에게 중국이 금융 섹터를 개방하는 움직임을 확실히 한다면, 그리고 서비스 섹터 개방과 IRP(지적 재산권) 위반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이 다른 조치들을 선보인다면 이는 두 국가 사이의 무역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HSBC에 따르면 무역 관세, 미국의 대통령들, 그리고 중간 선거는 서로 묶여있는 관계다. 이 같은 맥락에서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법제화시킨 철강에 대한 25% 관세 부과, 그리고 알루미늄에 대한 10% 관세 부과가 전세계에 미칠 직접적인 충격은 이전 미 대통령들이 부과한 관세에 비하면 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은 종종 관세 부과의 대상이 됐지만 이전 관세 부과와의 차이점은, 이전 대통령들은 선거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활용했거나 글로벌 무역 자유화를 추구하기 전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철강에 관세를 부과한 전례는 2002년 3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초기에는 철강 생산지인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웨스트버지니아의 선거인단 균형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중간 선거 이전에 실시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미시건,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 철강을 활용해 생산된 제품 비용이 높아져 수천 개의 일자리를 잃어버렸다고 말하는 “스윙” 스테이트(미국의 주)의 제조업체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그 전에, 다른 미국 대통령들은 관세를 무역 자유화로 압박하기 전 국내와 글로벌 사이 이해득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자동차, 철강,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는 한편 우루과이협정을 맺기 위해 노력했고 케네디 대통령은 미 직물 기업들을 보호했지만 이후 소위 케네디협정으로 불리는 다자간 협상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이와 같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전세계 리더들과 외환시장, 그리고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은 현재 단순히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것에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 같은 무역 조치를 실행하는 것이 향후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 지를 더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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